35년간 전서구에 비상훈련|부산 성동국민학교교사 정무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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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5년동안 전서구(전서구) 훈련을 시켜온 부산성동국민학교교사 정무련씨(48·부산시 부산 진구 대연동 1346의5)는 요즘도 토·일요일이면 쉬지 않고 하늘을 향해 빨간 수건을 흔들고 있다. 비둘기의 비상(비상) 훈련을 위해 빨간 색깔에 예민한 이새의 특성을 이용, 보금자리를 찾으려는 비둘기를 앉지 못하도록 쉴새없이 빨간수건을 흔든다는 것.
정씨가 편지나르는 비둘기인 전서구(전서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35년전인 13세때. 당시 일본복도에 살면서 이웃 일본인이 전서구를 훈련시키는 것을 보고 1쌍을 구입, 기르기 시작했다.
그뒤 60년 삼천포시에서 부산대연국민학교로 직장을 옮겨 부산으로 이사할 때 비둘기식구는 12마리로 불어났다.
비둘기와 함께 부산으로 옮긴 정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전서구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귀소(귀소)능력.
정씨는 귀소능력을 키우기 위해 전서구가 서식처에 위험을 느끼지 않도록 서식처주변서 비둘기가 싫어하는 원색을 지우고 사료를 충분히 주는 등 세심한 신경을 쏟았다.
다음은 장거리 비상을 위한 체력 증진.
이를 위해 정씨는 부화를 억제하고 일단 날기 시작하면 2∼3시간씩 계속 나는 연습과 자기집이 아니면 앉지 않도록 훈련시킨다는 것.
장거리훈련에 성공한 정씨는 1개월뒤 이 3마리를 서울로 보내 부산까지 날려보냈다. 1마리는 6시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고속「버스」와 비슷한 속력. 그러나 두 마리는 영영 소식이 없었다. 정씨는 이웃으로부터 비둘기선생으로 불린다. 이 비둘기 선생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장거리 비상훈련을 위해 멀리 보냈던 비둘기가 도중에서 행방불명되는 불운을 여러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
정씨는 비둘기의 특성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70년에는 80마리까지 식구를 불린 적도 있었다. 『전서구의 귀소능력과 방향탐지방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이 빛을 본것도 이때였다. 이 논문은 그해 외국과학전시회에서 입상했었다. 정씨는 지금도 전서구의 행태(행태)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정씨의 전서구가족은 모두 25마리. 훈련에 여념이 없는 정씨는 전자기술의 발달로 전서구의 실용성이 줄어들었지만 조난에 대비한 등산용·무전도청예방을 위한 제한된 군사용등 아직도 실용성이 있다고 지적, 전서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료로 빌려 주겠다고 말한다. 전서구사육사는 정씨를 비롯, 전국에 3, 4명뿐이 있다. <부산=강남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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