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꺾이는 「펜」|휴·폐간 속출하는 유럽신문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불황이 「펜」을 꺾고 있다』-이것은 언론의 전통을 자랑하는 구주 신문계가 심각한 경영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것을 나타낸 말이다.
『75년은 신문사멸의 해』라고 할 정도로 구주 신문계는 휴·폐간이 속출하고 「파리」의 명문지 「피가로」의 경우 「몸값」만 받고 팔려 가기에까지 이르고 있다. 『신문의 자유를 지킬 것인가, 정부 개입의 구실을 주는 재정 원조를 받아들일 것인가.』 이것이 불행히도 구주 신문계가 직면한 작금의 과제인 것이다.
『경영이 안정된 신문은 「르·몽드」 밖에 없다』(영「이코너미스트」지)고 말할 정도로 「프랑스」에는 우파계의 「라·나숑」 등 폐간이 잇따르고 최대의 석간지 「프랑스·솨르」는 경영자가 차례로 바뀌었다.
「이코너미스트」지에 따르면 용지대는 73년 이후 80%나 상승하고 광고수입은 15∼30%가 줄었다는 것. 여기에 임금상승·우편요금 인상 등이 경영악화를 더해주고 있다.
서독의 경우도 작년 후반에 1백63개사 가운데 87개사가 적자를 봤다. 「함부르크」에 본부를 두고 있던 「디·벨트」지는 「본」에서 발행을 시작, 좌파지가 센 「본」에 우파지가 들어왔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지만 이것도 관청이 몰려있는 「본」에서 「함부르크」까지의 송고 부담을 덜어 보자는 경영합리화의 하나. 근대 신문 발상지인 영국도 마찬가지다.
5백만부 이상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데일리·미러」지조차 작년은 약75만「파운드」의 적자. 일요지인 「업저버」지는 올 2·4분기에 전년 동기비 9만5천부나 감소되어 71만부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역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주 각국 신문계는 인원감축·경영합리화 등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나 노조와 관계가 여의치 않고 기술혁신면에서도 미국 등에 뒤떨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신문 「라디오」「텔리비젼」에 대한 국가개입이 강화돼 주목이 되고 있다. 국가기밀법 위반으로 정부와 법정투쟁을 하고 있는 「선데이·타임스」의 「에번즈」 편집장은 『영국의 신문은 「하프·프리」(반자유)』라고 표현할 정도로 국가개입에 대한 반발은 강하다.
다만 구주에서는 신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경향도 없지 않기 때문에 정부 원조를 부득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공기도 있다는 것. 결국 구주신문계는 『정부 원조로 다양성을 확보하느냐, 정부에 의한 합병·집중을 감내하느냐』라는 갈림길에서 있는 것이다. <외지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