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의 식료품지출이 늘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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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3년부터 세계를 휩쓴 국제「인플레」와 유류파동은 세기의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지만 이같은 격변은 우리의 생활태도에도 적지 않은 양향을 미쳐 가계지출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74년 4·4분기중의 도시가구 가계비 구성을 보면 식품비의 비중이 전체 생계비의 46·7%로 73년중의 41·3%보다 5·4%나 늘어난 반면 주거비는 73년의 19·2%에서 16·8%로,피복비는 9·1%에서 8·7%로, 교육·오락·교통등 잡비의 비중은 25·4%에서 21·6%로 각각 떨어지고 있다고
이처럼 「엥겔」지수가 높아지는 반면 문화·오락비등이 떨어진다는 것은 소득수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리생활이 내용면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양상은 농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74년중 농가 가구당 가계비구성을 보면 식품비가 73년의 47·3%에서 74년에는 48%로 증가한 반면 문화비라고 할수 있는 잡비의 구성비가 73년의 32%에서 29%로 크게 줄었다.
결국 유류파동에 따른「인플레」로 서민들은 도시·농촌을 막론하고 문화생활에 들이던 돈을 줄여 식생활에 보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의 소비생활을 살펴보면 아직도 현저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몇가지 재미있는 경로를 얻을 수 있다.
첫째, 농가는 가계소득이 74년들어 도시가구당소득을 앞지르고 있으나 소비지출은 절대금액이 도시에 비해 훨씬 적을 뿐 아니라 식품비 비중이 도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74년중의 농가 가구당소득은 67만4천5백원으로 도시가구당 소득 64만4천5백원을 3만원이나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가계비 지출규모는 농가의 경우 전체소득의 64·56%인 45만5천5백원인데 비해 도시가계에서는 전체소득의 79·31%에 달하는 51만1천2백원에 달해 도시행활자의 높은 소비생할을 반영하고 있다.
도시가구의 소득증가속도는 70년에비해 74년에 67·27%가 늘었으나 가계비 증가율은 이를 앞지르는 69·07%에 달했다.
반면 농가의 경우는 같은 기간중 소득 증가율이 163·68%에 달한데 비해 가계비는 109·61%로 늘었다.
결국 농민들의 생활수준은 도시생활자보다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은 도시생활자의 소비생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74년현재 농가 가구당 생계비는 소득이 도시생활자를 앞지르고 있는데도 도시가구 생계비의 72%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둘째, 유류파동과 「인플레」의 타격은 농촌보다 도시가 심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74년중 도시가구의 가구비구성을 보면 주거비·피복비·잡비등을 모두 줄여 식품비와 광열비 부담증가분에 충당해야 했지만 농가의 경우 양상을 달리해 잡비만이 감소했을 뿐 주거비는 오히려 증가했으며 광열비·피복비도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것은 농촌경제가 아직도 도시에 비해 대외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셋째, 농촌가계는 잡비와 여건변화에 대한 탄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도시인들은 가계압박에 대해 주거·피복비등을 대폭 줄이고 잡비는 지출을 억제하되 대폭억제를 못하는데 대해 농촌은 잡비항목을 대폭줄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과거 농촌과 도시간의 소득격차에 따른 소비생활의 관행을 반영하는 것이나 농촌의 소득이 현재의 추세대로 높아진다면 멀지 않아 도시와 농촌이 같은 추세를 보일지도 모른다.

<신성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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