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니즘」의 위기|파업은 끝났지만 어수선한 「아르헨티나」 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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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조 총파업과 내각 총사퇴라는 최악의 정치위기를 맞았던 「아르헨티나」 정부는 「페론」대통령이 노동자들의 총파업에 굴복, 1백30%까지의 임금 인상을 승인함으로써 일단 위기를 모면했다. 「페론」대통령은 지난주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파탄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50% 이상의 임금인상은 허용할 수 없다고 노조의 48시간 총파업을 유발했었다.
노동자·농민을 위한 사회보장과 고임금책으로 국민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페로니즘」이란 신화를 창조했던 「페론」의 후광을 업고 대통령직을 물려받아 2년 동안 「아르헨티나」를 이끌어 왔던 「페론」의 셋째 부인 「마리아·에스텔라·페론」 대통령은 거듭된 경제정책의 실패로 망명설이 나돌 정도의 위기를 맞았었다.
지난 2년 동안 연 80% 이상으로 치솟는 「인플레」와 이에 대처하기 위한 강력한 통제경제 정책의 악순환은 「아르헨티나」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고 급기야는 「페로니즘」의 「백·본」인 9백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노동총련맹(CGT)이 「페론」과 정부에 맞서 파업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던 것.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지난 한해동안에만도 생활비가 3배로 치솟게 한 경제실정과 이번 파업을 촉발시킨 새 긴축정책을 발표한 「셀레스티노·로드리고」 경제상과 그의 기용에 관련된 「호세·로페스·레가」 사회복지상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둘 중에서도 원성의 대상은 기괴한 행적의 「레가」 사회복지상.
「마술사」라 불리는 「레가」는 「페론」 여사의 오른팔 격으로서 정치를 마음대로 요리하는 실력자. 그는 「페론」 여사의 개인비서를 겸해 「페론」이 참석하는 모든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며 대통령 관저에 같이 살고 있다. 「레가」의 호적에는 아내는 이름이 적혀있지 않으며 부인이 있는지 과거에 있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다.
「레가」는 공식문서상으로는 「페론」 운동을 창당한 사람의 한사람으로 되어 있으나 54년 고 「페론」 전 대통령의 경호원이 되기 전까지 「페론」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레가」는 62년까지 경찰에 몸을 담고 있었는데 74년 「페론」 여사의 신정권이 들어서면서 하루아침에 16계급을 껑충 뛰어 경찰총감이 된 신비에 싸인 인물이다. 「레가」가 「페론」 여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65년 「페론」 여사가 남편의 망명지 「스페인」에서 귀국한 후 개인 경호원으로 채용됨으로써 비롯되었다. 그후 그는 곧 개인비서가 됐고 한번도 「페론」부부 곁을 떠난 적이 없으며 「페론」이 권좌에 복귀하자 사회복지상으로 임명됐다. 「페론」여사는 지난해 7월 남편이 죽은 후에도 계속 「레가」를 개인비서로 일하게 하고 있고 그로 하여금 수상과 같은 위치인 내각의 조정역을 맡게 했다. 그래서 모든 장관들은 「페론」 대통령에 앞서 그에게 먼저 결재를 받는다.
「아르헨티나」의 「라스프친」으로 불리는 작달막한 키에 은발을 가진 금년 58세의 「레가」 사회복지상은 『「페론」이 죽기 직전에 나에게 「이사벨」 「페론」여사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한다.
광적인 점장이인 「레가」는 『하늘의 계시에 따라 나는 말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쓴 책 중의 하나는 「가브리엘」 대천사와 공동 집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레가」는 지난달에 10일간 잠적, 「불(화)의 기사」라고 스스로 부르는 같은 점장이들과 만나고 돌아온 일이 있는데 그때 「페론」여사는 그를 비행장으로 마중나가기 위해 국경일 행사를 빼 먹었다.
지금 「아르헨티나」는 괴점장이 「레가」 사회복지상의 「마술」에 휘감긴 금년 44세의 미모의 「댄서」출신 「이사벨·페론」 여사의 실정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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