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식량문제와 그 전망|D·게일·존슨<시카고대학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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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카고」대 경제학교수 「D·게일·존슨」은 그의 저서 『세계의 식량문제와 그 전망』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기본적인 대책은 정부의 시장간섭을 극소화하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전 게서의 요약. <편집자주>
73, 74년의 식량부족 및 고곡가 현상은 세계인류가 처음 당하는 일은 아니었다. 지난 80년간 많은 사람들이 「기아」를 거론해 왔다. 개발도상국의 기아가 아니고 영국과 미국에 있어서의 기아문제였다. 그러나 영·미의 기아문제가 제기돼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60년대 중엽 「아시아」와 소련에서 발생한 일련의 흉작사태는 세계의 식량기근 및 아사의 우려를 빚어냈지만 2년 이내에 곡물생산이 크게 늘어나 주요곡물 수출업자들이 가격하락을 걱정하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실제로 1929년이래 바닥시세로 값이 떨어졌었다.
73, 74년의 식량위기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요인의 결과로 분석된다. 20년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및 소련의 흉작 때문에 세계곡물생산량이 감소됐다. 그러나 이 생산감소는 비교적 미미한 것이고 다른 요인들이 없었다면 급격한 가격상승이 유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타 요인은 부유산업국가의 경제호황과 축산규모 증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축산규모 증대로 일시적으로 시장에 출회되는 소·돼지가 줄고 고기값은 오르고 그래서 후기의 대체 품목으로서의 곡물수요가 커졌다. 하지만 곡가를 2∼3배 뛰게 한 주요인은 가격체제에 의한 원활한 배급기능을 방해하는 정부의 간섭이다.
국내에서 발휘되지 못한 가격기능은 국제곡물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 생산감소와 수요증대를 반영했다. 국제시장의 고곡가에도 불구하고 73∼74년 부유산업국가의 곡물소비는 곡가가 현저히 낮았던 때보다 컸었다. 바꾸어 말하면 곡물생산은 줄었는데도 소비는 소비자에 따라 비례적으로 줄지 않았다는 얘기다.
부유산업제국의 국민소득증대로 인해 이들의 곡물소비가 늘어나고 그래서 그 주름살이 개발도상국의 가용양곡 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단기적인 곡가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싼 「에너지」 가격·미국의 경작지 감소·세계적인 소득증대 현상 등이 장기적인 곡물하락추세 현장을 반전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지만 이들의 영향은 아직 미미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장기적인 곡가하락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0년대와 60년대에 미국농산물가격 지지정책의 결과로 축적된 보유곡은 곡가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이 보유곡은 정부의 양곡보유 자체를 위한 의식적인 정책의 일부가 아니고 시장균형 가격보다 높은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기형적 부산물이었다. 가격 변동을 「컨트롤」하는 보다 소망스러운 방법은 곡물거래를 완전 자유화하는 것이다. 완전자유화가 실현되지 않고 정부의 곡물보유 재고가 남아있는 한 곡가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개도국이 곡물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경작지를 지금보다 현저히 늘릴 수 있고 단위당 생산량도 20년 이내에 배가될 수 있다.
이는 보다 많은 연구·비료·살충제·제충제·관개시설개량·농촌과 농민을 착취하는 정책적 간섭의 제거 등에 의해 가능해진다.
농민은 영리하며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고 신 영농기술을 채택하는데 누구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보수주의와 비합리와 부조리가 있다면 그것은 농민에게보다 정부자체에 훨씬 많이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세계의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공급 능력이 있다는데 대해 필자는 신중한 낙관론을 갖고 있지만 단기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기아와 영양부족 사태는 73, 74년의 곡물생산 감소와 식량부족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결과로 빚어졌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불충분한 곡물수확은 심각한 인간적인 비극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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