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 어렵지않다" 관객에 자신감 준 테이트, 현대차와 11년 파트너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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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테이트에 소장된 백남준의 2002년 비디오 설치 작품 ‘열경화성수지 로봇(Bakelite Robot)’.

테이트는 그저 미술관이 아니라 종합 미술 브랜드로 일컬어진다. 빼어난 디자인의 도록을 발간하고, 젊은 디자이너들과 아트 상품을 만들고, 앞서가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새로운 형태의 전시 또한 하나의 브랜드다. 대개 미술관 전시는 다소 지루한 연대기적 나열을 고집한다. 테이트는 이같은 방식을 탈피했다. 지금 세상의 관심사와 발맞춘 키워드를 뽑아낸 전시, 퍼포먼스·영상 등으로 범주를 넓히며 미술계 밖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통념을 극복한 셈이다. 오랜 역사에 몸집이 큰 공립 미술관으로선 모험이기도 했다. 세로타 관장은 이에 대해 “현대미술은 때로 사람들을 기죽인다. 우리는 관객들에게 자신감을 주려 한다. 사실 미술은 외국어만큼 낯설지는 않다. 시간을 들인다면,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면 현대 미술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이 숱한 기업의 후원을 부른다. 테이트는 영국 석유회사 BP와 25년, 유니레버와 13년간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현대자동차가 그 뒤를 이어 11년간의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했다. 세로타 관장이 이번에 서울에 온 이유다. 백남준(1932∼2006)의 작품을 9점 구매했고, 올 하반기 테이트 모던에서 처음으로 백남준전을 연다. 이로써 테이트는 구정아·김성환·서도호·이불·이승택·이우환·장영혜 등 한국 미술가의 소장품 진용에 백남준도 추가하게 됐다.

 또한 테이트 모던의 중심부인 터바인홀(Turbine Hall)에서 2015년부터 10년간 ‘현대 커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열 계획이다. 발전소 시절 발전기가 놓여 있던 공간인 터바인홀은 오늘날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초대형 현대 미술 전시장이다. 그간 ‘유니레버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아니쉬 카푸어, 루이즈 부르주아, 올라퍼 엘라이슨, 아이웨이웨이 등 유수의 작가들이 대규모 설치를 통해 예술가로서 한단계 더 높이 올라설 수 있었다.

 세로타 관장은 현대자동차의 후원 액수를 공개하는 대신 “최초 약정 기간이 11년이라는 것은 전례 없는 장기 파트너십”이라며 “테이트로선 꿈을 꿀 수 있고 미래를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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