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과 두뇌 유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보사부는 올해 안에 58개국에 2만명의 기술자·의사·간호원들을 파견, 약 2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중화학 공업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서 기술자·의사·약사·간호원 등을 해외에 파견함으로써 국위를 선양하고 아울러 경제적 이익도 취하자는 의도다.
지금까지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술 인력은 모두 58개국에 10만2천명에 이르며, 지난 63년부터 금년 5월말까지의 송금액도 8억6백만「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보사부에 의하면 금년에만도 이미 5천명이 해외에 진출, 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우리 인력의 해외 진출은 이처럼 외화 획득이나 민간 외교 또는 간접적인 국위 선양의 효과를 거두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더욱이 국내의 과다 인구와 높은 실업률 등을 고려한다면 취업 조건이 좋은 해외에 뛰어들어 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서 생활 조건을 개선해 가는 것은 개인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바람직한 일면이 없지 않다.
많은 인구가 좁은 국토 안에서 복닥거리면서 창조적 활동은커녕 경제적·사회적 불만과 실의에서 헤어나지 못함으로써 많은 사회적 문제를 누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기술 인력이 해외에 나가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열린 세계」를 호흡하는 것이 민족의 미래를 발전성 있게 진취하는 길이라 볼 수도 있다. 다만 기술 인력의 해외 진출을 고취하면서 아울러 다져야할 기본 원칙이 있음을 잊을 수 없다. 먼저 기술 수출이 우리의 귀중한 두뇌를 유출시키는 일과 동의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한 전문직 과학 기술자들이 어이없게 몇 푼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재미로 빼앗겨서는 안 되겠다.
1970년 한해만 국한해서 보더라도 우리 나라는 미국에 5백41명의 과학기술자·의사를 이주시키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기술인력이 이처럼 유출되는 것은 원조를 받는 액수 이상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유엔」 무역 개발 회의도 평가한 바 있다.
이 점에서 우리의 현재와 같은 기술 수출이 과연 이 같은 「국가 인력의 유실」 문제를 충분히 감안한 것인지 반성해야겠다.
한편으로 인간 자원을 세계적 기초위에서 효율화한다는 국제주의적 모형에 따라보면 기술수출은 인간주의의 실현이란 의미도 큰 것이다. 가난한 나라, 과학 기술의 혜택을 덜 받는 낙후된 지역에 의술의 시혜를 넓힌다든가, 현대 공업의 후생성을 확장하는 노력은 앞선 자의 도리도 되고 사랑도 된다. 그것은 대우도 좋고 보람도 큰 경우다.
그러나 이런 이상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더 나은 보수를 위해 우리 기술 수출의 대부분이 이루어진다. 값싼 국내의 임금보다는 낫기 때문에 8천명의 간호원과 2천여명의 광산기술자가 여러 가지 불리한 조작을 무릅쓰면서 해외 생활을 한다.
이들은 기술 수출이기는 하나 비교적 저임 노동을 감수하고 있으며 그것조차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형편이다. 그 때문에 무리한 취업 연장 부정과 비도덕적인 행위가 문제되기도 하고, 위장이민으로 둔갑하는 불법도 일어난다고 한다.
어떻든 우리 기술 인력의 해외 진출은 바람직하다. 우리의 경제·사회적 여건이 현실적으로 그것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이민 문제들과 함께 국가적 이익과 결부해서 신중히 연구되어야하며 아울러 가능한 한 우리의 인력이 국제주의적 인문 자원 배분에 따라 그 효율성과 도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