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승용차의 억제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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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거대 도시 서울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 중에는 운수 행정의 난맥상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같은 난맥상의 주인은 운수 행정 당국이 생각하듯이 한정 없이 몰려드는 인구 때문이 아니라 시민들이 아침저녁으로 느끼는 짜증과 울화통의 실체를 바로 보지 못한데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서울의 교통난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기본적인 실마리는 시민의 80%가 「버스」를 타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아져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이 간단하고도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는데 어째서 그처럼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 도대체 시민들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 교통 수단을 늘리면 교통 체증이 심해질 것이라는 사고 방식은 아무리 도로 용량이니 무어니 하면서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도 결국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는 것밖에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서울 도심권의 혼잡은 주로 소형 승용차의 급팽창 때문에 가속화하고 있다는 현실을 과감하게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서울시가 승용차의 증가를 강력히 억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시장의 설명이 없더라도 『교통량의 70%가 시청 중심 반경 5·5㎞안의 도심부에 몰리는』 혼잡은 승용차 때문이다.
주행 거리를 기준으로 한 교통량의 71%가 승용차인 점을 볼 때. 이에 대한 규제는 진작부터 해왔어야 될 일이었다. 하기야 이전에도 여러 번 소형차 억제를 내세웠던 적이 없지는 않았다. 그것이 어떤 이유로 흐지부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짐작컨대 자가용 억제는 서울시의 행정력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선은 국내 자동차 생산업계와의 관련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겠다.
현재 국민 경제의 총체적인 규모와 조화를 잃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그 나마의 협소한 시장이 더욱 위축됨으로써 생산 업체간의 과당 경쟁이 격화될 부작용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산업 정책적인 차원의 문제이므로 정부가 과당 경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에서 해결되어야할 성질의 것이다.
승용차 억제가 대도시 교통난 완화에 불가결하고, 또 새로운 시정 방침으로 일단 정해진 이상 흔들림 없이 강력하게 추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조치와 함께 승용차의 자동차 세율도 50%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자가용·영업용의 구별 없는 일률적인 인상은 문제가 없지 않을 것이다.
영업용 「택시」의 경우 하반기의 불경기 때문에 그 영향이 매우 클 것이므로 세율 인상폭을 차등 적용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수도권 교통에서 더욱 중요한 대중 교통 수단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고식적인 태도를 버리고 시민을 위한 운수 행정이라는 차원에서 과감한 쇄신이 있어야 함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이번 조치로 소형 승용차의 적절한 규제가 이루어진다면 다음은 대중 교통 수단의 대폭적인 확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무원칙하게 운영되고 있는 「버스」 노선도 시민의 편의 위주로 조정되어야 하겠고 도심의 교통 체증을 부채질하고 있는 시외 「버스」·화물자동차의 「터미널」도 하루 빨리 교외 이전이 실행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서울시의 운수 행정이 대중 교통 위주로 근본적인 재편을 이룩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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