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택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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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의 주택난은 어제 오늘에 비롯된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정부 건설당국은 언제나 주택난 해소를 구두선처럼 되어왔으나 주택부족현상은 날이 갈수록 오히려 심화되어 왔을 뿐이다.
따라서 제집을 마련 못한 서민들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주택건설 7개년 계획의 청사진을 보고 큰 기대를 품었음이 틀림없다.
금년을 시발점으로 해서 81년까지를 목표로 한 7개년 계획은 기간중 정부·공공부문에서 59만7천호, 민간부문에서 1백49만호를 짓기 위해 4조8백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계획이 실현되면 74년 말 현재의 전국평균 주택부족율 22.7%가 11.4%로 떨어져 지금의 주택난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주택건설계획은 벽두부터 큰 난관에 부닥쳐 계획추진에 암영을 던져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선 정부 공공부문에서 올해 짓기로 한 주택 7만호부터가 소요택지를 확보하지 못해 일부 차질을 빚어 계획을 수정할 것이다.
정부의 주택건설을 대행하는 주택공사는 그 동안 택지를 확보하려고 했으나 양도소득세라는 장애요인 때문에 일부 택지를 구입하지 못했고 또 택지가 있다 해도 그 동안 지가가상승하여 값싼 서민용 주택을 공급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월 소득 7만원 이하의 서민에게 적합한 2백80만원 이하 짜리 주택의 공급을 사실상 무망케 하는 것이며, 만약 주공이 비싼 택지를 구입해서 전기한 예상가격 이상의 서민용 주택을 짓는다면 여타 주택가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므로 그 귀추는 앞으로 정부의 주택정책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주택공사는 과거의「집장사」식인 안이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차제에 과감한 서민주택건설의 첨병이 되도록 자세를 바꾸어야할 것이다.
74년도 건설부 산하 국영기업체의 경영상태를 보면 서민주택을 짓는다는 주택공사가 43억5천 만원의 순익을 내어 단연 이익규모에서 타 업체를 앞질렀을 뿐만 아니라 73년에 비해 그 수익율이 무려 8.6배의 대가를 기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이익의 발생이 주로「아파트」판매차익 및 단지조성 등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주공이 본연의 업무를 잊고 땅 장사·집장사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게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면서도 주공이 지난 3월에 전 서울대 문리대와 사대자리에 민간건설업자의 호화「아파트」를 무색케 하는 초호화「아파트」건설을 밝힘으로써「아파트」투기「붐」을 몰아왔고 집 값 상승을 선도했던 것은 이를 단순한 시행착오로만 보기에는 너무도 궤도를 벗어났던 것이 아닌가 한다.
주공이 거액의 이익을 거두고 호화「아파트」를 짓는다는 주택정책의 오류가 결과적으로 오늘의 택지가격상승과 연관이 없다고 항변하지는 못할 것이다.
서민이 바라는 주공은 순익을 내지 않는 명실상부한「서민주공」이 되는 것이며, 거둔 순익은 그대로 서민주자에 재투입하는 주공인 것이다.
즉 주공이 스스로 자신의 사명을 서민의 편에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둔다면 서민주택문제도 스스로 해결의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런 뜻에서 새로 주공의 「바통」을 이어받은 양공사장의 역량을 기대해 보게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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