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위에 황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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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완승이었다. '황태자'는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23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파72.6천5백58m)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베이힐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에서 골프 황제의 위용을 또다시 과시했다.

합계 15언더파 2백1타로 단독선두에 나선 우즈는 이로써 2000년 이후 대회 4년 연속 우승을 눈앞에 두게 됐다.

10언더파 2백6타로 2위에 오른 브래드 팩슨(미국)과는 5타나 차이가 난다. 1930년 진 사라센 이후 73년 만에 단일 대회 4연패를 이룩하는 또하나의 역사 창조는 이제 시간문제다.

우즈는 지금까지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선두로 나선 29차례의 대회 가운데 단 두차례만 역전을 허용했을 뿐이다. 더구나 2타차 이상 리드했을 때에는 단 한차례도 역전패하지 않았다.

전날 비로 인해 7개홀(10~16번홀)경기만 치렀던 우즈는 이날 2라운드 잔여경기를 포함, 29개홀에서 11언더파(버디 12개, 보기 1개)를 몰아치는 수퍼 샷을 뽐냈다.

특히 올시즌 4승을 거둔 '황태자'엘스와 맞대결한 3라운드에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기량으로 도전자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엘스는 황제와의 맞대결이 부담이 된 듯 버디 4개에 보기 4개의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공동 11위(합계 5언더파)로 내려앉았다. 우즈와는 10타차여서 역전 우승은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엘스는 "우즈는 역시 대단한 선수다. 따라붙을 여지마저 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경주(33.슈페리어)는 1언더파로 공동 34위에 올랐다.

한편 전날 식중독과 탈진 증세로 입원했던 우즈의 여자친구 엘렌 노르데그렌(스웨덴)은 퇴원한 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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