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통화여신정책-상원금융위서 「번즈」<연방준비제도이사장>와 의원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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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미국에서는 불황이 장기화하자 통화여신정책을 두고 의회·정부·중앙은행간에 말씨름이 어우러졌다. 의회 측이 돈 공급을 늘리라는 내용의 결의안까지 채택했지만 「번즈」연방준비제도이사장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고 급기야는 상원금융위에 불려나가 정면대결을 벌였다. 이하 상원금융위에서의 문답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주>
▲번즈=최근 의회와 업계일부에서 통화·여신의 공급이 충분치 못하다는 얘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이것은 주로 현금과 요구불예금의 합계인 통화량에만 주목했기 때문에 나온 주장이다. 그러나 여신과 유동자산 등 다른 항목을 고려에 넣는다면 돈의 공급은 결코 부족한편이 아니다.
원래 화폐공급의 적정증가율이란 그때 그때의 경제형편에 따라 다른 법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은 높은 실업률과 유휴설비를 갖고있으므로 경기회복이 곧 실현된다하더라도 당분간은 고용증가 및 유휴설비의 이용에 역점을 둬야한다.
따라서 연방은으로서는 75년3월에서 76년3월까지 12개월 동안 통화량을 5∼7·5% 가량 늘릴 예정이다. 이것은 과거의 증가율에 비하면 오히려 높은 수준임을 밝혀둔다.
▲프록시마이어 의원=하지만 지난번 상·하 양원 합동경제위에서 내린 결론을 보면 경기회복을 이루고 77년말까지 실업률을 6%로 낮추고자할 경우 통화증가율이 8∼10%가 돼야한다고 나와있다. 이 견해는 틀렸다는 얘기인가.
▲번즈=틀렸다고는 말하지 앉겠다. 다만 내 소견과 다를 따름이다.
▲프 의원=왜 틀리는가.
▲번즈=요즘의 경제학자들을 보면 이곳저곳 청문회에 쫓아다니기에 바빠서 경기순환이나 그 원인을 세밀히 검토하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 화폐의 유통속도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이나 기타 경제학자들은 통화량의 크기만 얘기했지 그것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흐르고있는지는 개의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화폐의 유통속도다.
경제사를 흩어 보면 곧 이해하겠지만 경기가 회복되는 첫해에는 통화량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화폐의 유통속도가 빨라진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돈을 더 자주 쓰고 따라서 그 사회의 화폐수량은 그만큼 불어나는 효과를 일으킨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견해를 달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폐의 유통속도에 주목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에서 온 차이다.
▲프 의원=골치 아픈 계수를 늘어놓지 않고 내년의 실업률 및 물가상승률을 얘기해 줄 수 있겠는가.
▲번즈=현재의 추세를 견지한다면 강력한 경기회복이 올 것이 틀림없고 경기가 회복된다면 실업률은 자연히 감소할 것이다.
▲프 의원=숫자로 얘기해야지….
▲번즈=그거야 단들 어떻게 알겠는가. 그 점에선 당신이나 나나 마찬가지다. 다만 금융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물가상승률은 5%정도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패크우드 의원=내년에 7백억「달러」의 재정적자만으로도 경기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번즈=7백억「달러」도 너무 많다.
▲바이든 의원=금리수준을 낮춤으로써 경기회복을 기할 수도 있을 텐데….
▲번즈=금리수준이 연방준비제도의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금리란 자유경쟁 속에서 생겨나고 있다.
반면 임금·상품가격은 독과점 적인 상황 속에서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왜 이 문제는 다루지 않는가.
차제에 나는 여러분들에게 이 나라가 자유기업군에 의해 운영되는 자본주의사회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두고 싶다.
흔히 이 나라의 경제를 정부가 움직이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것은 환상이다.
수많은 자유기업과 의사결정기구가 각자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며 그 모든 것이 모여서 미국경제라는 흐름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을 믿고 이들의 결정과 판단에 맡겨두자.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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