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의회서 개헌논쟁 재연 안팎 협공 받는 삼목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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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박동순특파원】일본에는 두 가지의 지독한 「알레르기」증세가 있다. 하나가 『헌법 「알레르기」』이며 또 하나는 『핵「알레르기」』.
이 때문에 얼마 전 거액을 들여 완성한 일본의 원자력 시험선 「무쓰」호에 대한 기항거부소동이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헌법「알레르기」』가 발작, 국회가 2주 가까이 공전하고 있다.
소동의 발단은 「이나바」(도엽수) 법상의 자주헌법제정 국민회의 출석.
자주헌법제정 국민회의는 자민당 안의 개헌「그룹」을 비롯한 80개 가까운 단체들로 구성된 개헌추진 연합체다.
게다가 「이나바」법상은 헌법학자로서 자민당 헌법조사회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앞장서서 현행 헌법개정을 주장했기 때문에 야당 측이 발끈한 것이다.
반발의 초점은 『「헌법의 파수꾼」(법상)이 개헌모임에 출석한 것은 어불성설』이며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길 수는 없으니 파면하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나바」법상의 태도. 당초 그는 『나는 개헌론자인 만큼 일본최대의 개헌단체의 모임에 출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수상이 되더라도 나가겠다. 오히려 출석을 않는 것이 헌법에 대해 실례가 된다』고 자못 강경했으나 『공사를 혼동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현행 헌법이 존재하는 한 이를 존중할 생각』이라고 약간 후퇴.
그러다가 국회답변과정에서 『결함이 많은 헌법인 만큼…』이라고 한 것이 말꼬리를 잡혀 일단 사과를 했는데 그 직후의 기자회견에서는 다시 『결함이 없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되풀이함으로써 「갈릴레오」법상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다음날 국회에서 그는 『결합 많은 헌법』이라는 표현대신 『개정해야할 점이 있는 헌법』이라고 했는데 거듭 추궁 당하자 『현행 헌법에는 이론적으로 검토할 점이 있다』고까지 후퇴했다가 끝내는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으니 답변을 삼가겠다』고 야당의 말꼬리 잡기 공세에 묵묵부답.
그러자 야당은 『답변거부는 헌법 위반이며 국회심의를 거부한 것』이라고 집요한 공세를 펴고 있다. 이러한 공방과정에서 야당은 「미끼」(삼목)수상으로부터 『「미끼」내각에서는 개헌을 않겠다』 『각료는 개인자격이라도 개헌집회출석을 금지하겠다』 『헌법기념일행사의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는데 이번에는 자민당 안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자민당은 현행헌법이 제9조의 군비포기조항 등 이상론에 치우친 점이 많다는 판단 밑에 55년의 결당 때 정강에서 점령제법제의 재검토와 함께 『현행 헌법의 자주적 개정』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자민당총재인 수상이 헌법을 개정치 않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헌법기념일 행사를 재개해서 수상이 기념식에 나가더라도 자민당수상은 현행 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현 정강으로 봐서 당연하고 그렇게되면 「결혼식에서 조사를 읊는 격」이 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미끼」내각은 야당의 공세와 당내의 반발·비 협조로 고전중이며 한 간부는 『원래 민주주의는 절차가 번거롭게 마련』이라고 변명하고는 있으나 요컨대 지나치게 우유부단하다는 비판과 함께 당내 다수파의 기반 없는 현 내각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 「케이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알레르기」증세에 과감히 도전한 「이나바」법상의 소신 있는 자세가 오히려 인기를 모으는 「아이러니컬」한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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