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 서른다섯이면 결혼했을 것 같네요, 호호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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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분홍색 트레이닝복 차림에 앙증맞은 사과머리를 하고 등장한 김연아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은퇴 후 첫 팬 미팅을 이어나갔다. 정시종 기자

“매일 긴장하면서 사는 게 스트레스였는데 하루하루 즐기면서 편안하게 지내 행복해요.”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팬들 앞에서 소치 겨울올림픽을 마친 소회와 향후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한 김연아는 “올림픽 후에 아무 일정도 없어 ‘방콕(집에 틀어박혀 지낸다는 뜻)’하고,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김연아는 4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트리움센터 특설무대에서 팬 미팅을 했다. 분홍색 상의에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등장한 김연아는 “어리게 보이기 위해 옷도 상큼하게 입고 머리도 올렸다. 후배들이 같이 있어서 더 어리게 보이고 싶었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약 50분 동안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팬 미팅에서 김연아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사진=뉴스1, 정시종 기자, 뉴시스]

 김연아는 소치 겨울올림픽 결과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0일 끝난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합계 219.11점(쇼트 74.92점+프리 144.19점)을 받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224.59점)에 이어 은메달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여전히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그는 의연하게 받아넘겼다. 김연아는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사람이기에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아쉽지 않을까 했는데 끝나고 나니 그런 간절함이 없었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경기 직후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서도 “억울해서가 아니라 울컥했던 것”이라면서 “정말 이 시간이 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 참아왔던 것들이 한번에 터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연아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35살 정도면 결혼도 아마 했을 것 같다”며 수줍게 말한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은 가장 자신있는 분야다. 어떤 일을 하든 피겨 스케이팅을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피겨 스케이팅과 관련한 일을 할 것임을 밝혔다. “피겨 후배들을 위한 상담가 역할을 맡으면 어떨까”라는 질문에도 김연아는 “내가 그동안 배운 것들, 잘 알고 있는 것들을 후배들한테 알려주려고 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돕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출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김연아는 지난 2012년 7월 소치 올림픽 참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활동을 하면서 IOC 선수위원에 대한 꿈을 키웠다”며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날 “선수위원이 되기 위한 자격은 갖췄지만 100% 된다는 보장도 없다. 아직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피겨 안무가, 국제심판 등에 대해서도 김연아는 “예전에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했다.

글=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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