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석진 前 GE코리아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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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0년 넘게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다 지난해 말 퇴임한 강석진(64) 전 GE코리아 회장. 그는 "외국 기업에선 나이를 불문하고 철저히 능력에 따라 대우받고 승진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외국기업에선 이력서나 인사카드에 나이를 기록하는 곳이 없으며 30대라도 적극적이지 못하면 노인 대접을 받고 60세 노인이라도 진취적으로 일하면 청년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강전회장은 자기 일에 얼마나 열정을 갖느냐가 자신의 몸값을 결정하는 유일한 잣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에 재미를 느끼면 성과도 커진다"며 "어떤 일을 맡겨도 해낼 것이란 믿음을 주는 것이 앞날을 결정하는 주요한 바로미터가 된다"고 지적했다.

GE본사는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전혀 다른 부서로 자주 보내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도록 하는 '리더십 양성과정'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매년 초 상급 부서장과 함께 자신이 희망하는 경력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짜며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들은 다양한 국적의 소유자가 함께 일하기 때문에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되게 마련이다. 이와 관련, 강전회장은 "GE코리아를 이끌면서 외국인 몇명을 내보낸 적이 있다"며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자신이ㅎ 속한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문화를 몸에 자연스럽게 익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강전회장은 1981년 GE코리아 대표이사에 올라 ▶발전설비▶전자제품▶의료기기 사업분야 등에 17개의 회사를 국내에 만들었다.

회사 크기를 20년 만에 1백50배로 키워, GE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조원 규모다. 그는 국내기업과의 합작법인을 세우면서 한국기업의 연공서열 문화와 외국계 기업의 능력위주 경영시스템을 접목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물론 강전회장도 외국계 기업의 경영방식이 다 옳다고 하지는 않는다. 외국기업들은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단기 실적에 연연해 중장기적인 투자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미래 수익사업 발굴에는 기동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화가와 경영자의 공통점을 꼽아 달라고 하자 그는 "열정과 창의력, 그리고 프로정신"이라며 직장인들은 일 외에 자신을 던질 만한 취미를 갖는 것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직장 생활의 권태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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