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철수 결정「포드」의 24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포드」는 수화기를 왼쪽 귀에다가 바싹 붙이고「키신저」의 보고를 들었다.「키신저」는 방금「사이공」으로부터「마틴」대사의 긴급전화를 받았다.「마틴」은『제4단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키신저」에게 건의한 것이다. 제4단계조치란 모든 미국인의 마지막 즉각 철수작전이다. 대사도 철수하고 대사관은 폐쇄되는 것이다.
「포드」는 결단의 순간이 온 것을 알았다. 남지나 해에서는「헬리콥터」와 해병대가 출동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포드」는 잠시「키신저」의 보고를 듣고는『고·어헤드』하고 명령을 했다. 이 두 마디로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청산하는 철수작전은 시작되었다.「헬리콥터」가 날고 전폭기가「사이공」상공에서 엄호비행을 했다.
5만6천7백37명의 미국인의 생명을 희생하고 1천6백억「달러」의 경비를 삼킨 미국의 이 가장 고된 전쟁을 청산하는 작전은 그래도『회오리바람』이라는 시적인 암호로 불렸다.
「포드」가 안락의자에 앉은 채 수화기를 왼쪽 귀에 대고「키신저」의 숨가쁜 보고를 듣는 동안「베티·포드」여사는 근심스런 얼굴로「포드」의 표정을 읽었다. 이제 C-130의「탄손누트」착륙은 불가능하다.「헬리콥터」의 출동밖에 남은 길이 없다. 그래서「포드」는 마침내「고·어헤드」의 명령을 내린 것이다.
밖에서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테네시」주 출신「제임즈·데이비스」하사가 월남에서 미국군인으로는 최초의 전사자가 된 날로부터 13년 4개월7일만에 떨어진 미국의 철수 명령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