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중공방문…해외의 분석 논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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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일성은 지난 19일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리며 중공방문을 개시했으나 1주일간의 중공방문을 마치 그는 어린양처럼『음매』하며 평양으로 돌아갔다. 그의 중공방문을 종결짓는 공동성명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그렇다. 김일성이 지난 61년 이후 처음으로 이번에 북경 행 열차에 몸을 실은 것은 아마도「캄보디아」와 월남에서의 공산군 승리에 따라 걸린 한반도적화통일이란 열병일지도 모른다.
그는 공개연설에서 한반도 적화통일에 대한 북괴 측 조건에 관해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한국에서 혁명이 일어나면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공갈까지 쳤다.
그러나 28일 발표된 중공-북괴 공동성명은 북괴가 늘 떠드는 어조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자제된 느낌이 풍겼다.
김일성과 중공 부수상 등소평 간의 여러 차례에 걸친 비밀회담의 내용은 알 길이 없지만 공동성명에 나타난 것을 보면 중공은 김이 품고 있는 호전적인 야욕을 냉각시키려 들었고 김으로 하여금 적어도 겉으로는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계속 부르짖게끔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중공은 김의 선동책동에 맞장구 치지 않고 그곳에서의「민주사회건설과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투쟁을 강력히 지지한다 운운했다.
중공-북괴 공동성명은 또 소련과 일본에 대해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고 있다.
중공이 흔히 떠드는 미-소 초강대국에 대한 공격 이 공동성명에 들어 있지 않은 것도 주목할 점이라 하겠다.
또 일본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중공의 태도와 부합되는 대 북괴는 주기적으로 일본을 군국주의국가라고 공격하고 있으나 이런 견해는 이제중공에서 인기가 없게 되었다.
【동경=AP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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