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자사 게임도 잡는 라이벌 창조 … 넥슨 성장 동력은, 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목수가 모든 사람의 말대로 집을 짓는다면 결국 비뚤어진 집을 지을 것이다.”

 덴마크의 속담이다. 모두가 하는 대로 따르기만 해선 미래를 만들 수 없다. 퍼스트 펭귄은 선두 주자가 잠들어 있을 때 생각지 못했던 도전을 거듭하면서 업계의 룰을 뒤집는다. 넥슨은 롤 모델 기업의 부재,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등 각종 장애를 넘어서 전 세계의 온라인 게임을 일궈낸 퍼스트 펭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게임 업계의 공식은 온라인 플레이와 아이디 시스템, 게임 접속료를 통한 수익 모델이다. 이는 1995년 넥슨이 출시한 세계 최초의 그래픽 머드 게임 ‘바람의 나라’에서 시작됐다. ‘바람의 나라’가 성공하면서 한국에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는 세계 온라인 게임 확산의 계기가 되었다.

 넥슨이 감행한 최초의 도전은 미래를 보는 눈과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게임과 PC통신에 빠져 성장한 창업자 김정주씨는 아이들 놀이로 치부되던 게임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예견했다. 동시에 인터넷의 미래는 고속화와 대중화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넥슨의 시작이 미래를 보는 눈에 있었다면 성장은 거듭된 도전을 원동력으로 한다. 넥슨은 놀랍게도 자기 상품의 라이벌을 스스로 창조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이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 성공 이후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프로야구 2K 등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적용한 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또 미국·일본 등 해외 시장에선 실패도 경험했다. 실패 이후 넥슨은 단순히 번역만 해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사용, 게임 한류의 중심이 됐다.

 이제 넥슨은 단순히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게임 퍼블리싱, 캐릭터 사업 등을 포함한 종합 콘텐트 업체로 변모해 있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부분도 있다. 흔히 게임 회사로만 알고 있는 넥슨의 계열사 가운데 하이엔드 유아용품 브랜드 ‘스토케(STOKKE)’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 육아 시장의 성장에 대한 미래를 보는 눈과 과거의 성공 방식을 뛰어넘기 위한 도전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신생 벤처 기업은 물론 2등 기업 역시 1등이 만들어낸 성공 루트를 따라선 결코 1등이 될 수 없다. 또 자신의 성공 방식을 스스로 깰 수 없는 기업은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처음에 성공했다고 느리게 헤엄쳐 나가는 퍼스트 펭귄은 또 다른 퍼스트 펭귄에게 추월당하기 마련이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