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연아의 클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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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호 04면

어릴 적 피아노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은 “연습은 하루에 세 번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정말요? 정말 세 번만 치면 돼요?”라고 묻는 제게 이렇게 덧붙이셨죠. “그럼. 하나도 틀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는 것을 한 번이라고 그래. 그렇게 세 번을 매일 하도록 하렴.”

그 ‘한 번’이라는 게 얼마나 어렵던지. 그렇게 매일 ‘세 번’ 했으면 저도 지금쯤 글을 쓰는 대신 건반을 두드리고 있을지도 모를 텐데요.

이번 소치 올림픽으로 공식 현역 활동을 마친 김연아 선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껏 선수 생활 하면서 쇼트와 프리 모두 클린(Clean)한 적이 몇 번 없는데 이번에 다시 하게 돼 만족스럽습니다.”

그가 말하는 ‘클린’에서 옛날의 그 ‘한 번’이, 그리고 다시 ‘단련’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쇳덩이를 불구덩이에 넣고 천 번 두드리는 것을 단(鍛), 만 번 두드리는 것을 련(鍊)이라고 한다죠. 일곱 살 초보 스케이터가 스물넷의 ‘피겨 여왕’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이 두드리고 또 두드렸을까요.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활짝 웃던 미소는 진인사(盡人事)한 자의 카타르시스였습니다. “(금메달은)더 간절한 사람이 받았겠죠”라는 의연함도 다 토해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 숭고한 노력에 경의를!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사상 최초라는 ‘올포디움(All Podium·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위 안에 입상해 시상대에 오름)’ 기록 역시 그 ‘한 번’에서 시작됐음을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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