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1만명 투항…바스라 함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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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종혁 특파원.외신종합]탱크를 앞세운 미국과 영국 지상군이 바그다드를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제51사단 전원(8천~1만명)이 21일 밤(현지시간.한국시간 22일 새벽) 집단 투항하는 등 이라크군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영 연합군은 22일 이라크 중부의 거점도시 나시리야를 점령한 데 이어 남부의 전략 요충지 바스라를 함락시켰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군은 21일 밤 이라크 전역에서 크루즈 미사일 1천여발과 정밀유도폭탄 1천5백여발을 퍼붓는 '충격과 공포' 작전을 폈으며, 22일에는 개전 후 첫 대낮 공습에 나서 바그다드의 군사시설 세 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라크 서남부 사막지역에 진출한 미 7기갑연대는 바그다드에서 2백50㎞ 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다.

연합군을 지휘하고 있는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사령관은 22일 개전 후 첫 브리핑에서 "연합군은 바그다드 안팎에서 이미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전은 전례 없는 대규모 화력을 동원한 '충격.경악과 유연성이 배합된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21일 미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 "바스라 방위를 맡고 있던 이라크 51사단 전원이 투항해 왔다"고 밝혔다.

51사단은 2백여대의 탱크를 보유한 기계화 사단으로 사담 후세인이 남부 시아파 주민의 반란을 막기 위해 배치한 핵심부대다. 사단 규모 이라크 정규군의 집단 투항은 처음이다.

이라크군 11사단 병력 2천명도 무기를 버리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후세인 정권이 이라크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군은 21일 밤 바그다드와 북부도시 모술 및 키르쿠크 서부 아크샤트 등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바그다드에 3백20기의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비롯, 쿠웨이트와 홍해.걸프해에서 발진한 B-1, B-2, F-117, B-52, F-15, F-16, F/A-18 폭격기.전폭기 수백대가 이라크 내 1천5백여곳의 군사목표를 공격했다. 미군기들은 이날 1천여회나 출격했다.

모하메드 알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미국의 무차별 폭격으로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2백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은 "미군의 바스라 공습으로 50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국영TV는 21일 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전시각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후세인이 TV에 모습을 보인 것은 개전 후 세번째다.

한편 22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취재 중이던 호주기자 한 명이 차량 자폭테러 공격을 받아 숨졌으며, 영국기자 두명과 통역 등 세명은 바스라 부근에서 실종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1일 미 의회에 개전 사실을 공식 통보하면서 "이번 전쟁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미 제1해병원정군 소속 '레이더스'중대 병사들이 21일(현지시간) 이라크 남부 항구도시인 움카스르로 진격하기에 앞서 집단으로 항복한 이라크 병사들을 이끌고 이동하고 있다. [움카스르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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