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석초씨 유시 10편·시 해설 1편 가족들이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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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3월 8일 67세를 일기로 별세한 시인 신석초씨(본명 신응식)의 최후 유고가 유족에 의해 공개됐다. 『사후에 발표하라』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작고한지 한 달만에 공개된 이 유고는 『미지의 꽃밭』 『봄비 소리』 『스카이 라운지』 『남산의 푸르름』 『눈부신 수풀』 등 시 10편과 『나의 시의 정신과 방법』이라는 제목의 자작시 해설 1편 등이다.
신씨의 초기 시 경향은 「발레리」의 영향에 의한 지적방법의 도입과 동양적 허무사상을 바탕으로 한 우아한 형식미의 추구였다, 이러한 경향은 중기에 이르러 그의 대표작 『바라춤』이 보이는 바와 같은 서양적 지성과 동양적 직관의 조화로 발전했다.
이번 공개된 그의 유작 시들이 특히 주목을 끄는 까닭은 그러한 초기·중기의 경향이 상당히 변형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시의 정신과 방법』에서도 기술하고있지만 작고 직전 그는 시를 우연에서, 즉 우발적 계기에서 산출되는 것으로 보았다.
말하자면 시는 시인의 경험에서 얻은 감각으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에 있어서의 허무사상을 중요시했던 그의 시작태도의 조그마한 변모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령 <우리는 꽃샘이 이는 눈부신 수풀 속에서 저도 모르게 서로 저를 찾고 있었다. 그대는 나에게서 나는 그대에게서 각각 발견하는 것이다…>는 『눈부신 수풀』의 싯귀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생의 환희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번 공개된 신씨의 유작은 『신석초 비가집』으로 엮어 월간 『문학 사상』 5월 호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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