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전 사찰의 의식판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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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북 영주읍에서 발견된 금동용두형 당간수식은 1천여 년 전에 사찰에서 의식도구로서의 당을 어떻게 달았는가를 규명해 주는 아주 희귀한 자료다.
긴 장대의 맨 끝에 꽂았던 이 금속조각품은 현존길이 94cm 몸통의 직경 24cm. 청동의 녹빛이 파르스름한데 군데군데 도금의 금빛이 남아 있어 그 옛날 찬란하고 소중했던 물건임을 입증해주고 있다.
특히 이 용두수식은 용의 턱밑에 도르래를 장치해 당을 끈에 꿰어 매달아 올렸던 자국이 역연한데 이 같은 용두수식의 예는 국보 136호로 지정된 호암 소장의 용두보당에서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당이란 술을 늘여 뜨린 초롱모양의 의구. 그 당을 드높이 올리는 장대가 당간이며 장대를 세우는 받침대가 지주다. 말하자면 절 앞에 세웠던 깃발의 게양대 격이다. 두 개의 돌기둥으로 지주는 고찰마다 대개 남아있지만 장대를 구존하는 경우는 매우 적어서 공주 갑사, 청주용두사 등의 철당간이 고작이다. 하물며 맨 끝의 장식은 전혀 없으며 축소화된 호암 소장품을 통하여 어렴풋이 추측해볼 뿐이었다.
이 점에 대해 경주박물관 정양모 관장은 옛날 당간의 모양을 완전하게 해명해 주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
그는 용두의 조각 수법으로 보아 8∼9세기. 즉 통일신라 말의 작품으로 추정했다.
경주박물관은 이 같은 유물이 묻혀있던 영주읍 동부리를 옛날의 중요한 절터로 보고 군 당국에 현장 보존을 요청하는 한편 곧 종합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용두수식은 지난달 하순 이 마을의 하수구 공사 중 출토됐었다.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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