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기세의 바꿔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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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8강전>○·스웨 9단 ●·박정환 9단

제9보(112∼121)=바둑에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세계’가 존재합니다. 바둑의 신만이 아는 세계인데요, 전보에서 두어진 몇 수가 그런 냄새를 물씬 풍겼지요. 박영훈 9단도 “어려워요” 하면서 그냥 웃었지요. 지금의 변화는 그 여파인데요, 설명이 가능한 수들입니다. 우선 112는 백A로 몰리면 중앙이 잡히니까 쉽게 이해가 됩니다. 113으로 살려낸 것도 백의 단점을 노리는 예상된 수순이지요.

 그러나 스웨 9단의 114는 꼭 논리적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수는 ‘기세’에 가깝지요. 백△들이 다친 이상 백도 흑▲ 한 점만은 반드시 체포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투자도 그런 방향으로 진행됐기에 포기할 수 없는 거지요. 114를 두면 115가 예상되고 그 파장으로 애써 살려낸 중앙 백돌들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14는 포기할 수 없는 수입니다. 바로 기세의 한 수지요.

 115에 백이 ‘참고도1’처럼 정면 대응하는 것은 자멸을 자초하는 행위지요. 스웨는 116으로 변화하며 중앙을 최소한으로 죽일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한 수마다 생사가 오가는 참으로 치열한 장면이지요. 박정환 9단은 119로 나갔는데요, 그 바람에 120이라는 맛 좋은 수를 허용하긴 했습니다만 중앙 백돌을 잡을 수 있게 됐군요. 119는 ‘참고도2’ 흑1도 참 좋은 곳이지만 백2도 좋은 곳이지요. 무엇보다 백△들이 아직 맛이 남아 있다는 게 걸렸을 것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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