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마술 같은 타개 … 이세돌 "내친김에 4승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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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기의 대결이라 할 이세돌-구리 10번기에서 이세돌 9단이 초반 2연승으로 앞서나가며 승리 가능성을 부쩍 높였다. 이세돌은 23일 중국 저장성 핑후(平湖)시 선레이크호텔에서 벌어진 10번기 제2국에서 백을 쥐고 287수 만에 1집 반을 이겼다.

 1국에서 ‘공격’으로 승리를 잡았다면 2국에서 이세돌이 선보인 무기는 ‘타개(打開)’였다. 상대 진영 깊숙한 곳에 갇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돌들이 그의 손끝에서 마술처럼 되살아나곤 했다. 위태로운 순간도 많았다. 특히 중앙 패로 인해 큰 손해를 보는 바람에 바둑은 백승에서 흑승으로 기우는 듯했으나 구리는 집중력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결국 1집 반 차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세돌은 이날 새벽 오전 2시30분에 깨서 한숨도 못 이뤘다고 고백했지만 막판 정밀하기 그지없는 수순으로 구리를 제치는 데 성공했다. 2국이 끝난 후 이세돌은 “이겼지만 명국은 아니다. 70점 정도일까. 다만 3국을 맞이하는 데 부담이 없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번 10번기를 위해 구리에게 ‘이세돌 분석팀’이 붙었다는 소식이다. 구리와 같은 충칭 출신의 구링이·마샤오빙 등이 이세돌의 최근 기보를 함께 연구·분석하며 구리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10번기 3국은 다음 달 30일 쓰촨성 청두(成都)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박영훈 9단이 본 이세돌 승리 장면

<장면1>=백은 하변과 좌변을 기막힌 수순으로 모두 살렸으나 흑은 그 틈에 중앙에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고 그걸 기반으로 흑1로 공격해왔다. 설사 살린다 해도 우변도 흑집이 크게 나면 진다. 이번엔 어떤 타개가 최선일까.
<장면2>=백1의 육박이 좋은 감각. 흑2로 크게 공격해오자 3, 5로 가볍지만 대담하게 움직인다. ‘적진에선 새털처럼 가볍게’라는 바둑의 이치 그대로다. A의 맛도 있어 쉽게 공격당하지 않는 모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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