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중동 외교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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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 23일 UPI·AP종합】「헨리·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23일 「이스라엘」과 「이집트」간의 제2단계 「시나이」 반도 철군 협정을 타결하려던 그의 15일간의 중동 왕복 외교 협상이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고 선언, 그의 외교 노력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했다. 「키신저」 장관의 이번 협상 실패로 미국의 중동 외교는 일대 후퇴를 강요당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소련의 대 중동 영향력 증대가 초래되고 중동 협상은 소련이 주장해온 「제네바」 회담장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키신저」 장관은 「이스라엘」을 떠나면서 감정 어린 어조로 『오늘은 미국을 위해 슬픈 날이다. 나의 왕복 외교는 끝났다. 이제 우리는 다른 방법과 새로운 형태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키신저」 외교의 실패 이유로 ①「이스라엘」이 「시나이」 반도의 「기디」「미틀라」 두 협로 및 「아부로데이스」 유전에서 철수하는 대신 「이집트」의 공식적인 대「이스라엘」 부전 선언을 요구한 반면 ②「이집트」는 중동 분쟁을 무력으로 해결하지는 않을 것이며 군사적 또는 준 군사적 행동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은 할 용의가 있으나 부전 선언만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집한데다 ③「이스라엘」과 「아랍」 세계의 대내 정치적 강경 여론 등을 지적했다.
이로써 중동 협상은 십중팔구 미·소를 공동 의장으로 하는 「제네바」 회의로 옮겨지게 됐으며 이 회의는 아마 5월 중 개최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그러나 「키신저」 외교의 실패는 ⓛ「사다트」「이집트」 대통령의 방미 취소 ②「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재개 무기 연기 ③중동에서의 소련 영향력 증대를 초래하는가 하면 ④심지어 「워싱턴」 「카이로」 외교 단절 가능성까지 낳아 중동에 예측을 불허하는 새로운 긴장을 조성했으며 나아가서는 「키신저」 외교 시대의 종언을 시사하기도 했다.
「키신저」 장관의 평화 중재 노력이 실패로 끝나자 중동에서는 새로운 전운이 극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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