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바뀌는 화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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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춘의 화랑가 판도는 다소 바뀔 전망이다. 1, 2,, 3월에 걸친 사설 화랑들의 움직임은 예년에 없이 침체한 면이고 그림의 매출도 역시 경제불황 때문에 뜸하다고 울상이다.
지난 수년동안 화랑 가는 활기를 띠기 시작해 우후죽순 격으로 개설됐고 또 그 나름의 고객 층이 생긴 게 사실이다. 물론 이들 고객은 미술 애호라기보다는 실내장식이나 혹은 투자의 일부로 생각하는 층이 대부분이어서 매우 유동적이다. 그런 터에 그림 값이 쓸쓸하게 뛰어 오른 데다 경제불황마저 겹쳐 화랑 가는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전시실의 대여가 많은 신세계·미도파·신문회관 등은 3월까지의 대여신청이 거의 없는 실정. 4월 이후에나 미술전이 속개될 것 같으며 다만 미술회관만이 간간이 대여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 밖의 7, 8개소 자잘한 화랑들은 전시회를 갖는다면 초대전인데 이렇다 할 기획을 보여주지 못하는 채 주춤하고 있다.
초대전의 경우 대체로 고객위주의 사실화와 소품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아직도 화랑에서 그림이 팔리는 경향은 작품을 평가하기 이전에 작가의 명성 위주이고 그럴수록 사실화 쪽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져 있다.
지난 2,3년 동안 경쟁적으로 값을 올려놓아 이제는 초대전 유치도 수월찮게 되었고 특히 작가 측의 호가와 고객의 구매력 사이에 커다란「갭」이 생긴 것이다. 이점이 바로 군소 화랑들의 침체 요인이다.
어떤 점에서 우리나라 화상들은 그들 본연의 자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좋은 화가를 발굴 한 다든 가 작품 수준에 따라 값 매기는 단계에 이르기는커녕, 작가가 요구하는 값으로 위탁 판매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일단 고객에게 알선했던 그림을 같은 값으로 돌려 받을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화상은 작가와 고객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개설된 문헌화랑이나「그로리치」화랑 등은 종래의 영세한 화랑들에 비해 재정적 뒷받침이 튼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화상의 판도를 바꿔 놓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물론 이 화랑들이 얼마만한 안목으로 작품을 엄선해 놓을지 의문이지만 종래의 풍토를 개선하는데는 다소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대화랑도 사간동에 새 건물을 지어 16일 이전하면서 새로운 운영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하며 명동과 한 화랑이 합작해 현재의 현대화랑 자리에서 4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화랑 가가 조금씩 탈바꿈하려는 조짐으로 풀이되며 한동안 독주 해 온 현대화랑에 대한 도전이기도하다.
따라서 화상의 거리는 현재의 관훈동 일대에서 경복궁 앞거리로 학대해 형성될 것 같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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