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구조됐지만 아직 위독 … "연우야, 힘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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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울산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장연우양을 어머니 이정연씨가 바라보고 있다. 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신입생인 장양은 네 차례 수술을 받고 의식을 차렸다. 빠른 응급조치 덕에 첫 고비는 넘겼으나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의료진은 밝혔다. 차상은 기자

지난 17일 사고를 당하고 26일로 10일째. 아직 울산대병원 중환자실 산소호흡기에 매달려 있다. 그저 눈을 뜰 수 있을 뿐 몸을 뒤척이지도 못한다.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중상을 입은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장연우(19·미얀마어과)양이 그렇다. 지붕에 깔렸다가 3시간15분 만에 구조됐다. 골반과 허벅지뼈가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고 네 차례 수술을 받았다. 첫 수술 때는 잠시 심장이 멎기까지 했다.

 장양은 울산대병원 외상센터의 빠른 조치 덕에 첫 고비를 넘겼다. 의식도 되찾았다. 울산대병원 경규혁(38) 교수는 “의식이 돌아온 것만 해도 기적”이라며 “살려는 강한 의지가 장양을 고비에서 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엉덩이 살이 괴사하는 등 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어머니 이정연(53)씨는 “딸이 가끔 나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며 “‘엄마 미안해’라고 하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상태에서 회복되는 것도 기적이라고 한다. 한 번 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함께 염원해달라”며 울먹였다.

 ◆10명 우선 사법처리=10일간 사고를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일단 이번 주말께 리조트 관리 책임자 등 일단 10명 안팎을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서다. 경찰은 “체육관 지붕의 눈을 치우지 않은 리조트 관리자 등을 이번 주말 입건하고 일부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부실시공은 사실확인에 시간이 걸려 책임이 드러난 관련자를 먼저 사법처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동안 크게 세 갈래로 수사를 진행했다. 리조트 측의 과실을 밝히는 게 첫째였다. 시설물 관리자가 체육관 붕괴 위험을 알고도 방치해 사상자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경찰은 참사 1주일 전쯤 리조트 인근에서 체육관 같은 ‘샌드위치패널’ 공장 2 곳이 폭설로 무너져 2명이 숨진 만큼 리조트 측이 붕괴 위험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눈을 치우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울산의 철골 시공업체가 사고 6일 전 리조트 측으로부터 체육관 보강공사 견적을 의뢰받았다”는 정보에 대해서도 수사했다. 거짓말탐지기로 철골 시공업체 대표를 조사했으나 이 같은 정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부실공사 규명엔 한 달=또 다른 수사의 축은 부실공사 여부다. 14개의 주기둥과 10개의 보조기둥 중 보조기둥 전체가 구조안전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점을 확인했다. 볼트 4개를 사용해 보조기둥을 바닥 기초에 연결하도록 했는데 실제로는 2개씩만 박혀 있었다. 주기둥을 콘크리트 기초에 연결하는 볼트가 끊어진 것도 발견했다. 경찰은 건축자재 강도가 떨어지는 불량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부실공사 확인에는 한 달가량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공사비 회계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리조트 측이 체육관 착공신고를 할 때 경주시에 낸 공사계약서에는 총공사비가 1억4960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경찰이 압수한 시공업체 장부에는 4억3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경찰 측은 “리조트 측이 공사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하고 일부를 리베이트로 되돌려받았는지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홍권삼·김윤호 기자, 울산=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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