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철길·공항 3중 소음, 아파트 허가 어떻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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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열차·항공기 노선이 겹치는 광주 도심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건설사는 “법적 기준을 통과해 건축허가가 난 곳”이라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심각한 소음 피해가 예상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의 지역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에 신축 중인 중흥아파트. 이곳은 2015년 7월까지 849가구가 입주할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 부지는 광주시내에서 교통 소음이 가장 심각한 곳 중 하나다. 매일 승용차 5만여 대가 이용하는 왕복 6차로인 무진로와 32m 거리에 아파트 부지가 자리 잡고 있다. 광주역과 송정역을 오가는 KTX 열차 등이 20~30분 간격으로 다니는 철로와는 겨우 21m 떨어져 있다. 게다가 군공항이 있는 광주공항과 직선거리로 3㎞가량 떨어져 있다.

 소음피해 논란은 사업승인이 이뤄진 2011년부터 시작됐다. 부지에 대한 소음도 측정 결과 총 12동의 건물 중 6개 동이 실외소음 기준인 65dB을 초과한 것이다. 철도와 도로를 함께 끼고 있는 101동의 경우 주간 최대소음도가 74dB을 넘는 곳도 있었다. 창문을 닫았을 때의 소음 정도인 실내소음도 102동의 경우 45dB로 높게 나타났다. 주택법상 실외소음 65dB, 실내소음 45dB 이하일 때만 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건설사 측은 ‘방음벽’을 만든다는 전제 아래 사업승인을 신청했다. 용역조사 결과 방음벽을 설치할 경우 최대소음도가 실외는 64.9dB, 실내 는 44dB 이하로 나타난 것이다. 광주시는 이 같은 용역결과를 토대로 사업을 승인해 줬다. 현행법상 건설사가 준공 직전까지 법적 소음기준만 통과하면 건물 신축을 막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한재용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광주지부장은 “법 규정만을 근거로 아파트 허가를 남발할 경우 결국 입주민이 피해를 본다”며 “ 해당 부지의 특성을 감안해 환경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도록 관련 법규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 측은 무진로 중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280m 구간에 폭 32m짜리 방음터널을 만들 계획이다. 인근 철도와 부지 사이에는 높이 3m짜리 방음벽을 200m에 걸쳐 쌓고 있다. 광주시는 다음 달 6일 해당 방음벽에 대한 심의를 벌인다. 심의에서는 구조물 디자인의 가로환경 적절성 등을 따지게 된다. 소음 저감효과 등 방음벽의 실효성 여부는 내년 6월 이후 예정된 준공검사 때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민들은 현재 건설사가 추진하는 방음벽으로는 소음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부지가 포함된 광산구 지역에서는 9만여 명의 주민이 공군 비행기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입주 예정자인 정모(47·여)씨는 “입주 후 5년 뒤에는 분양전환 우선권이 있다고 해서 계약을 했는데 현재 건축 중인 방음벽은 효과가 의문시된다” 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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