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체취 풍기는 프로급 아마·골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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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 26일 UPI동양】호적상의 이름은 김성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SK김. 아니 그보다 더 다정한 통칭 SK로 더욱 널리 알려졌던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소중한 팔목시계를 차고 다녔다.
SK의 성격으로 볼 때 이 시계는 확실이 하나의 모순이었다.
1950년 북한공산군이 서울에 처음으로 진격해 들어왔을 때 SK는 괴뢰군에 붙들려 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는 거기서 그의 지면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끌려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광경을 바라보며 지내야 했다.
그런데 수용소경비병 가운데 SK의 팔목시계가 탐나서 환장해 버린 녀석이 하나 있었다. 경비병들에게 굽신거리는 수감자들은 수용소밖에 나가서 물건도 사고 적당히 다른 용무도 볼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SK도 이 얼간이 같은, 경비병에게 남들처럼 외출을 허가해달라고 호소해보았다. 그러나 수용소로 되돌아오겠다는 증표로 그의 시계를 경비병에게 맡긴 다음에야 겨우 그 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SK는 드디어 수용소를 탈출, 그후 수개월 동안을 서울에 잇는 어떤 기생집 세탁소의 지하실에서 숨어 살았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SK는 평생토록 그 기생집에 대한 향수를 버릴 수가 없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SK는 축구와 럭비 선수로서 이름을 날렸다. 중년에 그는 훌륭한 아마·골퍼가 되었다. SK는 미국의 스타·골퍼 재크·니컬러스 보다도 3야드 정도 공을 더 멀리 날리는 강타수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는 영어 공부에 열을 올렸으나 그의 영어는 끝내 신통치 않았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부인과 자제들로부터 가끔 핀잔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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