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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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크메르』의 정세는 점점 더 위급해지고 있는 것 같다. 미주간「타임」지의 특파원은 『빈틈없는 공약은 어쩌면 며칠, 아니면 시간의 문제』라는 현지보도를 하고 있다.
수도 「프놈펜」은 이제 지상의 마지막 생명선인 「메콩」강 통로마저 빼앗겼다.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과 생산재들의 공급은 거의 끊어진 상태다.
「론·놀」정부를 『점의 정부』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다. 전국토의 80% 이상이 「시아누크」가 이끄는 민족연합정부(망명정부)의 민족통일전선이 장악하고 있다. 「론·놀」은 점점으로 흩어진 몇몇 주요도시들을 수중에 넣고 있을 뿐이다.
70년3월 「프놈펜·쿠데타」이후 축출당한 「시아누크」의 세력은 한때 「종이호랑이』로 평가되었었다. 그러나 73년2월 이른바 『「시아누크장정」』이후 그의 북경망명정권이 이끄는 민족통일전선의 실세는 비로소 세계에 과시되었다. 「시아누크」는 당시 북경을 떠나「앙코르와트」에 이르는 이른바 「해방지구」를 행진했었다.
민족통일전선의 병력은 「시아누크」의 주장에 따르면 12만명이다. 그러나 미국CIA의 보고는 약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론·놀」정부군은 육군이 20만명, 해군이 1만여명, 공군이 9천5백여명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군사력은 다만 병력만으로 헤아릴 수는 없다. 근착 「타임」지의 보도를 보면「론·놀」군의 부패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징병 집행유예증을 팔아먹는 고급장교가 있는가 하면, 야전병사엔 식당도 없다. 전장의 군인들은 일일이 가족을 데리고 다니며 그 가족들과 함께 병사의 한구석에서 밥을 끓여 먹어야하는 실정이다.
오늘의 「크메르」사태는 미국의 정치적·군사적인 정략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쇼·케이스」인 것도 같다. 「프놈펜·쿠데타」이전 「시아누크」정부의 외교노선은 중립을 표방하고 있었다.
그것은 강대국들의 정치적 이해상충을 벗어나 자존하려는 하나의 방편이었다. 그러나「시아누크」는 말기에 접어들어 중공으로 기울어지는 좌경색을 짙게 드려냈다. 그것은 끝내 냉소했던 미국에 대한 하나의 시위였다. 「론·놀」이 「시아누크」를 쫓아낸 것은 바로 그런 무렵이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크메르」사태는 미국을 위해 「플러스」의 작용을 하고 있는지 의아하게 된다. 미국 안에서도 이제 그런 회의의 소리가 없지 않지만 때는 늦었다. 말려들 수도, 안 그럴 수도 없는 진퇴양란에 있다. 「시아누크」는 정작 「프놈펜』의 함락을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달려들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크메르」는 미국과 「시아누크」의 기묘한 신경전을 체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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