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휘말리는 「스포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제탁구연맹(ITTF)이 지난 주 「캘커타」총회서 『정치적 이유로 일부회원국의 지역 연맹 가입을 인정치 않더라도 이를 공인한다』고 규약을 개정한 것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스포츠」계에도 큰 파문을 일으킬 것 같다.
이 규약 개정은 바로 일본·중공 등이 주도하고 있은 「아시아」탁구연합(ATTU)에의 한국 가입을 막기 위한 것이며 이 때문에 한국은 월남과 더불어 「아시아」탁구계의 고아가 될 것이 기정 사실화되고 말았다.
한데 이 규약 개정은 국제「스포츠」에서 정치성 개입을 처음으로 공인했다는 점에서 그 문젯점이 심각하다. 현실적으로 볼 때 국제 스포츠계에 정치성이 개입되어 온 것은 사실이라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그 밖의 「스포츠」단체는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눈감고 아웅』하는 식일망정 정치성의 개입을 막아왔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과 정치의 강력한 도전으로 순수 스포츠 정신이 흔들리고 있던 터인데 국제 탁구 연맹이 이를 처음으로 공인하고 만다.
탁구는 「올림픽」종목이 아니어서 IOC로부터 아무 제재를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정치성 개입의 공공연한 인정은 다른 종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그럴 경우 중공 선풍과 더불어 적어도 UN과 같이 평등했던 국제스포츠는 정치성이 강한 강대국의 영향으로 약육강식의 시대가 올는지 모르며 한국과 같이 항상 남북 대결 상태에 있는 나라들은 더욱 불리해질 전망마저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