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오더니|이윤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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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꿈이 오더니
무릇 사람의 비늘이 시장에 널린 꿈이 오더니
빈 지게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가만 눈동자의
그 찢겨서 흐르던 피가 꿈으로 오더니
한 덩이 먹구름 속에 파묻어 놨던
당신 귀가 번쩍 열리는 꿈이 오더니
가시는 천만 개도 넘는 가시는
당신 수작중의 미태로만 찔려 대는 가시는
오히려 그 껍질로 야시장에 널려
무릇 사랑은 주검이네 주검이네 떠돌며
피눈 밝히며 발가벗으며
살 껍데기 벗기며 벗기며 꿈이 오더니
방싯 열리는 무덤 속에 불기둥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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