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대책과 절약|『절약은 이렇게…』를 읽고|박승<경박·한국은행 특수연구실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는 지금 반세기내 가장 어려운 국제적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불황에 대처하는데 있어서는 단기전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지구전으로 할 것인가를 검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단기전으로 하게되면 급전이라도 꾸어다가 소득증대를 뒷받침해야 되며 지구전으로 하게되면 소득 및 지출조정정책을 써야 된다.
지금까지 우리의 대응자세는 단기전략이었다. 단기전이냐 지구전이냐의 여부는 물론 국제경기의 전망에 좌우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경기가 정상수준으로 회복되자면 빨라도 3년이 걸릴 것이며 따라서 지구전으로 대응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로 자원문제의 정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난번 상대주최의「심포지엄」에서는 지금의 자원부족이 구조적인 것이냐 순환적인 것이냐 로 논의가 있었는데 문제를 이렇게 제기하기보다는 이것이 세계적 공급절대량의 부족이냐 아니면 배급과정상의 문제냐를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 지금 공급절대량이 모자라는 자원은 없으며 문제는 배급상의 문제이다. 경제이론으로 본다면「카르텔가격」하의 비탄력적 수요시장이 될 것이다(따라서 공급 선은 평행선이고 수요 선은 수직선이다). 그렇다면 국제적 독점「카르텔」로 빚어지는 배급상의 애로여건이 풀리려면 얼마쯤이 걸리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 과거「코피」·고무 등의 예로 보아도 최소한 3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본다. 이런 점에서 자원문제는 순환적(배급상의 문제)인 동시에 구조적(국제독점문제)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둘째로 현 국제불황의 근본진원지는 국제수지문제 즉 산 유권과 비 산 유권 문의 근본적국제수지불균형에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작년 중 약 6백50억「달러」에 달하는 산 유권의 흑자(동시에 비 산 유권의 적자)가 있었고 이차는 앞으로 오히려 확대될 전망인데 이 문제가 기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비 산 유권의 경제는 잃은 사람만 앉아 있는 섰다 판처럼 여하한 경우에도 비 산유권 전체로서의 본전(정상경기회복)은 불가능한 것이다.
현 유류 가를 전제로 할 때 이 기본문제의 해결방안에는 세 가기가 있다. 산 유권의 개발수요를 약20배로 늘리거나 석유를 제외한 모든 상품가격을 석유가 인상률만큼 올리거나(이런 점에서 지금의 국제적「인플레」는 오히려 촉진되어야할 측면이 있다)아니면 미봉책이긴 하나 산유국의 흑자를 모두 비산유국으로 환류 시키는 것이다. 이들 세 가지 노력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진다 치더라도 세계적 국제수지균형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금후 3∼5년은 걸릴 것이다.
세째로 현 국제불황은 일종의 세계적 소득재분배과정 또는 상대가격재편성도정이라고 볼 수 있다. 비 산 유권 GNP의 약3%가 추가적으로 산 유권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비 산 유권의 입장에서 보면 소득은 이미 3%가 줄었는데 지출조정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 소득-지출「갭」이 바로 국제수지적자,「인플레」불황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며 지출을 소득감소만큼 축소 조정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은 걸린다고 본다.
이상과 같은 세 가지 근거를 종합할 때 세계경기가 정상수준(예컨대 세계평균 5∼6%성장)을 회복하려면 빨라야 1978년께나 가야 가능하리라는 판단이 된다. 물론 이는 세계경기가 그 안에 불황국면의 범위 안에서 상하기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이 경제적 난국을 지구전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만일 지구적 전략을 택한다면 구체적 대응책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불황주사를 스스로 맞고 맞을 때는 그때그때 맞는 것이다. 즉 국민경제의 내핍체제화이다. 예방주사는 그 병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기 위해서 그 병균을 스스로 주입시키는 것이다. 불황주사도 같은 뜻이 있다.
즉 성장의 둔화와 실업 등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이되 그 고통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구전략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서는 여기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로 재정금융 면에서는 긴축정책으로 내수를 억제하여야 할 것이며, 둘째 내수용 수입을 강력히 규제하여(필요시는 직접통제)수입유발 적 내수생산의 감축을 감내하여야 할 것이고 끝으로 범국민적인 내핍을 실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구적 방향에서의 불황대응책은 불가피하게 수입 의존적 내수산업을 중심으로 한 어느 정도의 생산감퇴와 실업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기본원칙 하에 그 고통을 가장 적게 하는 기술적인 문제들을 고안해 내는 것이 현 책이라 생각된다.
금년을 어떻게 넘기느냐 하는 것이 우선 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3∼4년 앞을 내다보고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 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