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여 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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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국의 왕자구조는 매우 특이하다. 옛 영주관은 입구에서 오른쪽이 주인가족의 주거부분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왼쪽에 하인들의 주거부분이 있다.
보통 집에도 현관을 들어서면 「홀」이 있고, 그 오른쪽에 주인의 서재 겸 응접실이 있다. 왼쪽에는 거실이 있고, 그 속이 식당으로 되어 있으며, 여기에 또 주부전용실(boudoir)이 있다.
이처럼 어느 집에서나 집 오른쪽의 가장 중요한 곳을 그 집주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래서 영국에서는 오른쪽이 권위의 상징으로 되어있다.
몇 백년을 두고 지켜진 전통이다. 그러나 이 전통이 이제 서서히 무너져가며 있는 것이다. 지난 4일에 있던 보수당 당수선거에서 「마거리트·대처」여사가 「히드」전 수상을 눌렀다. 앞으로 큰 변만 없으면 동녀사가 2차 투표에서 무난히 새 당수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권위의 자리로 여겨지던 오른쪽 주인 실을 주부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영국 보수당의 당수자리는 「디즈레일리」, 「볼드윈」, 「체임벌린」, 「솔즈버리」, 「처칠」「이든」등이 거쳐간 영광의 자리인 것이다. 모두가 영국의 현대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거성들이다.
그처럼 영광스러운 자리를 이제 한 주부가 계승하게된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영국사상 처음으로 수상자리에 오르는 여성이 될지도 모른다.
세계를 통해서 여 수상이란 물론 가끔 있었다. 지난번 「이스라엘」수상이 「메이어」여사였고, 인도의 여 수상 「간디」는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여권이 온 세계에 걸쳐 그만큼 신장된 탓이라고 할까. 「지스카르-데스텡」이 「프랑스」의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던 것도 여성표의 덕분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얼마전에 중공에서 새로 부수상이 된 오계현도 36세의 여성이다. 「대처」여사의 경력도 바로 영국에서의 여권의 신장과 표리를 같이하고 있다.
그녀는 남성 「엘리트」만의 아성이던 「옥스퍼드」대학에 처음으로 들어간 여학생중의 한사람이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하원의원선거에 나섰던 l950년에는 많은 반발이 있었다. 남성들만의 신성한(?) 「웨스트민스터」에 여성이 끼여드는 것이 전통적인 영국사회로서는 몹시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렇던 그녀가 70년에는 장관직에 오르고 이제 또 수상직의 문턱에까지 오른 것이다.
영국의 사회도 많이 변했다는 느낌이 짙어진다. 그러나 아무리 여권이 신장되고 사회가 변하여도 주부의 자리만은 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한 전송사진은 검소한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있는 「대처」여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그녀만은 수상자리에 오른다해도 부엌일을 버리지는 않을 것만 같다. 물론 주인의 서재도 뺏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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