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아버지의 스케이트로 … 김철민 은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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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흔들렸던 한국 빙상이 대회 막바지에 저력을 보였다.

 박승희(22·화성시청)는 22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30초761로 골인하며 금메달을 땄다.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승희는 한국 선수단 가운데 유일하게 2관왕에 올랐다. 500m 동메달을 합쳐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1000m 결승에서 박승희와 엎치락뒤치락했던 심석희(17·세화여고)는 동메달을 추가했다. 심석희는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금(3000m 계주)·은(1500m)·동(1000m)메달을 수집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성추문 논란이 있었던 코치가 퇴출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평균 연령이 20.8세에 불과한 여자 쇼트트랙 팀은 무거운 분위기를 이겨내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박승희는 “우리끼리 있으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늘 재미있다”고 활짝 웃었다.

 스피드 스케이팅 이승훈(26·대한항공)·주형준(23)·김철민(22·이상 한국체대)은 올림픽 팀추월 사상 첫 메달을 따냈다. 이들은 23일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3분40초85를 기록해 세계 최강 네덜란드 대표팀(3분37초71)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소치 올림픽 한국팀 메달리스트는 모두 여자였으나 이들 세 명이 한꺼번에 시상대에 올랐다. 이들은 8강에서 홈팀 러시아, 4강에서 2010 밴쿠버 대회 우승팀 캐나다를 연파했다. 이승훈은 “팀추월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메달을 땄다. 셋이서 함께 메달을 따냈기 때문에 세 배로 기쁘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질주에는 애틋한 부정이 담겨 있었다. 팀추월 대표팀 선수들의 스케이트화는 국내 빙상용품 제작업체 ‘쎈스포츠’ 대표인 김대석(52)씨의 작품이다. 김철민의 부친인 그는 아들을 비롯해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선수 15명 중 9명의 스케이트화를 만들어줬다. 금형 관련 제조업에 종사했던 김씨는 ‘최고의 스케이트화를 아들에게 신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차렸다. 지난 17년 동안 사업은 크고 작은 위기를 겪었지만 김씨는 흔들리지 않고 스케이트화 개발을 계속했다. 아버지의 노력에 한국 팀추월 대표팀은 값진 은메달로 보답했다.

소치=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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