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도 앓는 척추굽음 … 환자 65%가 여성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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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에서 은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의 척추는 왼쪽으로 약 5도 굽어 있다. 어려서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점프를 수없이 반복한 결과다. 피나는 훈련이 그에게 메달을 안겨줬지만 척추가 변형되는 고통과 대가를 치렀다. 직업적인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도 성장기에 잘못된 습관 때문에 척추가 앞뒤 좌우로 휘는 경우가 많다.

 고교생 박모(16·서울 중랑구)양은 왼쪽 어깨와 등 부위에 통증이 심해 최근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어깨가 아니었다. 척추가 왼쪽으로 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공부할 때 왼손으로 턱을 받치는 습관 탓이었다. 박양은 “어려서부터 굳어진 습관이라 고치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같은 자세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척추가 휘는 척추굽음증 환자 중엔 10대 여성이 가장 많다.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척추굽음증 환자를 분석(2012년 기준)했더니 전체 14만4713명 중에서 여성(9만4254명)이 남성(5만459명)의 약 2배에 육박했다. 연령별로는 10대가 38.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는데 10대 중에서는 여성(3만4591명)이 남성(2만771명)보다 더 많았다.

 척추굽음증은 휘는 방향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좌우로 휘는 경우가 측만증(側彎症)이다. 앞뒤로 휘는 앞뒤굽음증은 전만증(前彎症)과 후만증(後彎症)으로 다시 구분할 수 있다.

 측만증은 젊은층에서 대체로 빈번하고, 압뒤굽음증은 노인층에서 많다. 전체 환자의 20% 정도가 앞뒤굽음증인데 ‘꼬부랑 할머니’란 말처럼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서 많이 보인다.

 반면에 10대에서 많이 생기는 측만증은 수년간 잘못된 자세로 생활하기 때문에 주로 생긴다. 하지만 10대 여성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데 대해선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일산병원 김형섭 재활의학과 교수는 “(10대 여성에게 측만증이 많은 원인이) 여성 호르몬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뿐 의학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평소 다리를 꼬거나 턱을 괴지 않고 곧고 바른 자세로 생활하는 것이 척추굽음증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성장기에 척추굽음증이 생겼다면 휨 현상이 계속 진행되지 않도록 적극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상태를 확인하고 척추를 곧게 펴주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일산병원 김 교수는 “척추 교정을 위해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물리치료를 하는 방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번거롭다”며 “수영처럼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치료가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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