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학생의 자율적 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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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부터 전국적으로 전기 대학 입학시험이 시행된다. 추운 겨울 날씨에 오들오들 떨면서 대학 입시를 치르고 있는 학생들에게 합격의 행운이 다가올 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합격의 영광을 얻어 그 무거운 등록금의 부담을 무사히 견디어 내고 입학을 한다고 하더라도 신학기 수업이 정상화할 것인지는 아직 예단 할 수 없다. 신학기 3, 4월이면 불어오는 열풍이 금년이라고 하여 안 불어오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학기 학원가를 휩쓰는 구호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처벌당한 동료 학생들의 구제 호소였다. 신학기를 맞아 등록기만 되면 재학생들은 처벌당한 동료 학생들의 복적을 요구했고, 함께 출석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처벌을 해제해 달라고 진정하고 성토했던 것이다. 이것이 달성되지 않음으로써 정부에 대한 성토가 벌어지고 급기야는 가두 「데모」에 나서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학교 당국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신학기 초의 불길을 미리 끄기 위하여 학생들의 구제를 행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왔었다. 문교부 집계에 의하면 작년에 처벌되었던 1백50명의 처벌 학생 중 77명의 징계가 해제되었다 한다. 앞으로도 제적자 23명을 제외한 50명의 처벌 학생이 구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제적 학생에 대해서는 개정 학칙에 따라 복적될 수 없으리라고 전한다.
물론 사회에서는 몇 명의 학생이 제적되었으며 몇 명이 정학을 당했는지 알 길이 없으며 또 이러한 사정은 다른 학원 당국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에는 학생 처벌이 교수회에서 의결되었으나 개정 학칙에서는 총·학장이 단독으로 징계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여기에는 찬반간에 교수들의 의견이 별로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총·학장이 일방적으로 처벌했기 때문에 징계 해제 문제도 자연히 총·학장의 재량에 달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번 충남대 사건처럼 앞으로는 처벌 학생의 구제가 없으면 직접 총·학장을 상대로 하는 배척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몇몇 대학 당국자들이 이러한 「데모」사태를 막고 학원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신학기초까지 징계 해제를 단행, 학원 분위기를 밝게 하려는 「이니셔티브」를 취하고 있다는 보도는 고무적이다. 학생들의 지도를 위하여 징계를 해제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냐의 여부는 총·학장을 비롯한 학교측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징계 해제 문제를 비롯한 모든 학사 문제를 총·학장에게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학원은 자율성이 있어야만 한다. 학원이 학생 처벌까지 타율적으로 행하는 경우, 총·학장과 학생간의 유대 관계가 단절되어 버릴 것은 틀림없는 일이요, 상호간 신뢰감이 손상되는 경우 학생 지도는 불가능해 질 것이다. 정부는 일부 학원 당국자들의 징계 해제 의견을 존중하여 총·학장들로 하여금 책임지고 학생 지도에 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서도 제적된 학생들이 있다고 하는 바 처벌 학생의 구제에는 제명된 학생들의 구제도 총·학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단행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과거에도 제명된 학생이 복적하게 된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국은 학생들이 아직도 면학 도상에 있는 미완성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 처벌 해제 여부도 교육적 견지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신학기에 모든 학생들이 밝은 분위기 아래서 공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용단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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