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특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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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암스테르담의 세무서는 지난 72년에 대합실 안에 권투선수들이 쓰는 연습용 「펀칭·백」을 마련해놓았다고 한다.
그 용도는 분명하다. 세금을 내러온 사람들에게 세무서직원들에 대한 화풀이로 이「펀칭·백」을 때리게 해서 마음이라도 좀 후련해지라는 것이다.
세리가 미운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화란사람들이 무는 세금에는 꽃세 라는 것까지 있다. 전국을 꽃으로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것으로 국민1인당 4천원 정도씩을 매년 내게 되어있는 것이다.
꽃세까지 있어도 화란인의 세부담은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동액의 소득에 대한 가구별 평균 세부담은 일본인이 오히려 미국의 5배나 되고 프랑스의 4배, 화란의 4배가된다.
이것은 4년 전에 일본의 대장성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그런 일본보다도 우리네 근로층의 세부담은 더 크다. 그래도 우리네 세무서에는 「펀칭·백」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네 서민들은 착하고 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공무원에게 처음으로 「보너스」가 나온 탓인지 백화점의 연말경기는 기록적이라 한다. 그러나 새해의 서민들의 가계에 대한 전망은 매우 어둡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각종 세금이 껑충 뛰게 돼있으니 큰 걱정거리다. 그것도 누진과세다. 아무리 월급이 오른다해도 오른 만큼 세금도 는다. 그러니 월급은 오르나 마나다.
설상가상으로 물가는 계속 뛰고있다. 오르지 않는 게 없다. 거기에 또 불경기까지 겹쳤다.
더우기 간접세에도 역진성이 작용케 돼있다. 그러나 간접세란 누구에게나 자율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돈 많다고 더 내는 것도 아니고 가난하다고 적게 내서도 안 된다. 가령 부자라고 담배를 더 피우는 것은 아니다. 또 부자를 위한 담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담뱃값에 붙는 세금에 대한 부담은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커지기 마련이다. 이런 역진성이 새해에는 더 심해질게 빤하다.
아무리 세금이 늘어난다 해도 물어야 할 것은 물어야한다. 이걸 납세의 의무라고 한다. 의무는 권리를 얻기 위한 전제가 된다. 똑같은 권리를 위한 똑같은 의무라면 아무도 불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세금이 과중하냐 아니냐는 사실인즉 과세가 공평하냐 않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국무회의는 내년부터 실시할 새 개정세법들의 시행령을 의결했다. 여기서 오래간만에 각종 문화적 상금에 대한 면세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같은 성질의 상금이라도 정부와 일부 특정재단이 주는 상에 한해서만 면세라는 것은 공평을 잃은 것만 같다.
군PX에서 파는 품목에 한해서 물품세가 면제된다는 것도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 같다.
나라를 지키는 사람은 군인만이 아니다. 경관도 있고, 교정관도 있다. 또 그들의 봉급은 더 얄팍하다. 그런 그들을 특혜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좀 납득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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