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운동은 구국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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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광주=송진혁 기자】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20일 『개헌은 역사의 대세이며 이 역사의 물결을 한 정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고 주장, 『박 정권도 이젠 개헌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궁지에 와있으며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신민당의 개헌추진전남도지부 현판식에 참석, 강연하면서 『박 정권은 이 이상 정권을 담당할 능력도 없고 자격도 없는 한계점에 왔다는 사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저질러온 연속적인 폭거로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그 예로 ▲77개 안건을 불과 5시간만에 날치기 처리한 것 ▲정일형 의원의 발언도중 폭력을 행사한 것 ▲단 1분만에 8개 안건을 불법 처리한 사례 등을 들었다. 김 총재는 또『박 대통령이 하야하는 것이 명예로운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지난 17일에 있은 정일권 국회의장의 날치기 사회는 『강도적 수법이며 사사오입 개헌당시의 불법사회를 방불케 하는 반역행위』라고 규탄했다. 김 총재는 『큰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작은 자유는 희생되어야 한다느니 인권보장을 위해서는 조건과 전제가 따른다느니 하는 것은 「어휘의 장난」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12·7 경제조치에도 언급, 『「에너지」파동이후 폭리를 누려온 석유업자와 몇몇 수출업자만이 더욱 치부하도록 정부 스스로가 물가를 올리고 환율을 올려놓았으니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묻고싶다』고 말하고 『국민대중은 못살아서 아우성인데 정권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부정부패로 치부에 혈안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판식은 이날 상오 10시 광주시 궁동 소재 신민당 전남도지부에서 거행됐다. 「개헌추진 전남도지부」라고 쓴 간판은 김 총재와 김형일 이중재 이진연 의원 등이 지부건물 정문에 달았다.
현판식에는 이택돈 황낙주 최형우 김옥선 김명윤 김윤덕 박병효 김동영 문부식 고재청 황호동 의원 등과 당원 1백여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 밖의 연설요지.
『정부는 자유당 말기적 수법으로 민의를 조작하여 각종 어용단체의 이름을 내세워 신문광고 면을 장식하면서 개헌주장 국민은 극소수이고 현 독재헌법을 지지하는 국민이 절대다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 정권 밑에서 권력을 누리고 치부해서 잘사는 극소수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국민이 민주적 개헌을 열망하고있다.
개헌주장 국민이 문제가 안될 정도의 소수라고 한다면 왜 대학생을 학원에서 추방하고 민주회복 국민선언에 서명한 교수들을 교단에서 추방하고 성직자들을 투옥하며 심지어 「오글」목사를 강제로 추방하는지 묻고싶다. 우리들의 개헌투쟁은 단순한 한 정당의 집권투쟁이 아니라 오늘의 난국에서 조국을 구하기 위한 일대협력운동이다.
현행 헌법은 제정과정의 비민주성과 내용의 독재성, 시행과정에서 일어난 탄압정치의 엄청난 결과로 보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배반할 때, 국민이 정부에 염증을 느낄 때 국민은 누구나 정부의 퇴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 당 원로인 정일형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였다 하여 여당 의원이 폭력을 행사하고 국회를 수라장으로 만든 것은 스스로 그들의 정권의 성격을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국민이 대통령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 봉사하는 머슴이다.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 바로 정부이고 개헌운동은 바로 국민의 생존권을 위한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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