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회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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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위원장 이해영 목사)와 기독교회 여성연합회(회장 이우정)가 공동 주최한 인권주일 연합예배 및 강연회가 15일 하오 2시30분 서울 초동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회의 연제는 정하권 신부(「가톨릭」 신학대 교수)의 『교회의 사회참여』, 문동환 박사(한국신학대 교수)의 『인권·정권·신권』이었다. 다음은 정하권 신부의 강연 요지이다. <편집자 주>
「그리스도」교인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역사 안에서 실현시켜나가는 사명을 갖는다. 참된 신앙인은 현세를 비관만 할 수 없으며 인생의 궁극목표가 영원한 생명이지만 그 과정은 현세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현세에서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고 있다. 「그리스도」가 그런 인간을 구하는 것이라면 인간의 영혼 뿐 아니라 그 현실도 구하는 것이다. 인간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구원대상이다. 복음화는 영혼뿐 아니고 인간의 모든 문제에 대한 것이며 따라서 교회는 인간을 구하기 위해 그를 위한 지상현실에도 책임이 있다.
인간은 타인과 물질과의 관계에서 존재한다. 그러한 관계를 도외시하고 순수하게 개인만을 구할 수는 없다. 개인문제·가정·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인간의 구원이란 측면에서 교회의 관심사며 복음화의 대상이다.
「그리스도」교는 본질적으로 인간을 해방하자는 종교이며 개인과 사회까지 해방하자는 종교이다. 인간을 질병과 가난 불의의로부터 구해 하나님께 인도하자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 보면 하나님만이 절대 거룩하고 현세의 모든 사물들은 인간이 취급하기에 따라 속될 수 있다. 교회는 이러한 윤리적 책임 때문에 인간의 생명권·생활권·양심과 신앙의 자유권 등 사회정의의 실현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회는 우리사회 안에서 하나님이 세운 가치가 바르게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정·교 분리원칙을 말하고 있다. 정치의 구체적 형태인 정부나 종교의 구체적 형태인 교회라는 차원에서는 분리돼야 하지만 정치·종교 그 자체는 분리될 수 없다. 왜냐하면 둘 다 인간문제와 관계되기 때문이다.
정치는 현세 인간관계 중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사회성을 취급하는 그러한 정치에 종교가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그 종교는 공리공론에 그치는 것이다. 그렇다고 교회가 정부의 기술적 분야에 간섭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가 외치는 것은 사회정의의 실천을 위한 것이며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근원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정의·진리·사랑의 말씀이 이 사회에 충만해져야 인간은 인간답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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