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다음 날 "행사 중단을" … 뒷북 교육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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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대학생 등 1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지자 교육부는 18일 전국 대학에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외부 시설에서 하는 행사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진행 과정에서 매년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잇따랐는데도 교육당국이 대형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뒷북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별 신입생 환영행사가 어떻게 치러지고 있는지 현황 파악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날 각 대학에 행사 시기와 장소, 취소 여부 등을 제출하라고 주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그간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관련해선 인명 사고가 그치지 않았다. 2000년 동국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강원도 속초 콘도로 오리엔테이션 준비를 위해 가다 버스가 전복돼 7명이 숨졌다. 술에 만취해 고층 숙소에서 떨어져 숨지는 대학생도 속출했다.

 대학가에선 총학생회가 주관해 대규모 인원이 숙박하며 진행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일반적이다. 1990년대에는 운동권 의식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당시 문교부와 대학들이 총학생회 주관 행사를 금지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학교 측이 비용만 일부 대고 학생회에 사실상 맡기고 있다. 입학하지도 않은 학생들을 모은 행사에서 과도하게 술이 오가 인명 사고가 빈발하고 성폭력까지 빚어지기도 해 대학들이 학내에서 당일 행사를 치르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학생회 측과 마찰을 빚는 실정이다. 한 지방대 홍보실장은 “학교 측은 학내 강당이나 체육관에서 했으면 하지만 총학생회는 전통이 있다며 먼 거리에서 숙박하길 고집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 1000명 이상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총학에선 행사를 전문기획사에 맡기는데 그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오가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번 사고 여파로 오리엔테이션을 앞둔 대학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부 대학은 행사 자체를 취소하거나 장소를 학내로 바꿨다. 동덕여대는 이날 긴급 교무위원회를 열어 21~22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로 갈 예정이었던 오리엔테이션을 취소했다. 건국대도 단과대학별로 진행 예정이었던 오리엔테이션을 취소하고 교내에서 열리는 예비대학 일정만 계획대로 진행키로 했다. 중앙대도 각 단과대 학생회 측에 오리엔테이션 취소를 요청했다. 대구가톨릭대는 3월 초에 하던 입학식을 당겨 24일 열고 신입생이 5일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인성교육 등을 받는 형태로 바꿨다. 배재대는 총학생회에 맡기지 않고 학교 측이 직접 리더십 캠프를 연다.

김성탁·천인성·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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