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 ! 내 꿈 꿔" 명카피 주인공, 청춘의 꿈을 돕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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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웅현씨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책은 도끼다』(2011년)는 20만 부가 나갔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2009년)는 4만 부, 『여덟 단어』(2013년)는 1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사진 BWA]

광고회사 TBWA의 박웅현(53) 총괄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그간 수많은 히트 광고를 만들어왔다. “잘 자! 내 꿈 꿔”(1999년 016)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2002년 KTF)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93년 빈폴)….

 그런 스타 광고쟁이가 새로운 프로젝트 ‘망치’를 시작했다. 대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고, 그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게 판을 벌여주는 스피치 프로젝트다.

첫회가 19일 오후 2시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다. 6개월간 박씨와 TBWA 광고인으로부터 독서·스피치 교육을 받은 대학생 14명이 한 사람당 7분씩 스피치를 선보인다. 형식은 TED와 비슷하지만, 무엇을 얘기할지, 어떻게 얘기할지를 학생들이 광고인들과 함께 다듬었다는 점이 좀 다르다.

 “요즘 청년들에 대한 심리적 부채감이 내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라고 박씨는 말했다. “요즘 청년들은 시대를 잘못 타고났죠. 10년 전엔 사회가 성장일로였지만 요즘은 자신 만의 ‘작은 분화구’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깐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그래서라고 했다.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던 청춘들의 목소리를 들려줄 자리를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구상했어요. 청중은 창의적인 젊은이들의 생각에서 영감을, 발표자들은 자기 내부에 잠재된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스피치 내용은 다양하다. 장애를 꼭 극복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누군가는 자기 머리를 왜 자기가 깎는지를 설명한다. 바람피우는 것이 왜 나쁘냐고 우기는 여학생, 불안은 선물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 “청년들을 일렬로 세우는 게 아니라, 옆으로 세울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박씨는 털어놨다.

 박씨는 돌덩이 같이 진가가 드러나지 않는 청년들의 생각을 잘 다듬으면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2009년 대림산업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광고를 만들면서 절감했다고 한다. 이 광고는 대학생 인턴이 철없이 던진 말이 단초가 됐다. “왜 아파트 광고는 꼭 톱스타가 집에서 긴 드레스 입고 나오죠. 왜 아파트가 아닌 으리으리한 궁궐을 광고하죠”라는 문제제기였다. 박 국장은 “말하는 사람조차 제대로 모르는 가치를 찾는 일에 광고인들은 익숙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청년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잘 뽑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박씨를 포함한 7명의 광고인은 6개월 동안 14명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토론을 하고, 책을 읽었다. 5개 이상의 광고 캠페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력과 시간을 청년들에게 재능기부한 것이다. 망치 발표회는 앞으로 계속된다. 한 번에 15명씩 학생들을 뽑아 6개월간 멘토링을 한 뒤 매년 2월과 8월에 대학교에서 공개 강연을 편다. 19일 망치 강연은 TBWA코리아 유튜브에 공개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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