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암기식 수학 교육 지양돼야|수학 교육 개선 위한 오병승 교수 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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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학과 교육 과정의 구조적 개선」에 관한 연구 협의회가 연세대 교육연구소와 한국 수학 교육 연구회 공동 주최로 3일 연대 장기원 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발표된 6편의 논문 중에서 오병승 교수 (서울교육대학)의 「국민학교 산수과 교육 과정과 학습 모형」을 소개한다.
수학을 가르쳐 본 사람이라면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하는데 이 학생은 왜 수학을 못할까?』라는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한편 수학을 배워본 사람은 『선생님이 보여주는 해법이나 공식은 잘 알겠는데 그러한 공식들은 어떤 착상에 의해서 발견된 것일까?』라는 의문을 한번쯤 품게 마련이다.
이것은 양편이 수학을 대하는 태도에 서로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쪽에서는 늘 수학을 『이미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데 배우는 쪽은 수학을 『만들어져 가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는 대개 학생들의 이러한 입장을 무시하고 이미 만들어져있는 상태의 연역적 수학을 강요한다. 이것이 계속되면 학습은 피동적으로 이루어져 관습이나 기계적 암기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수학은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학생이 능동적으로 이해를 해야하고, 또 스스로 수학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나가야 하는 학과다.
미국의 교육학자 「로이스·스코트」는 학생의 입장에서 『만들어 가는 수학』의 학습을 위해 몇 가지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것은 ①수학의 구조는 학생들에게 알맞은 수준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②그 다음에 개념사이의 관계를 납득시켜 차차 추상적이고 보다 복잡한 개념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③수학 교육의 중요한 목표는 단순한 기호의 암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을 배우도록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수학은 고도의 일반성과 추상성을 갖는 과학이다. 이것은 세대에서 세대를 거쳐 지적인 사람들이 일반화와 추상화의 노력을 기울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대하게 되는 것은 자연적인 소재가 아닌 공식·정리 등 수학적 발견의 소산물들이다. 그 때문에 오늘날의 수학교육은 『수학적 사고의 육성』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벗어나 단순한 기호의 암기로 떨어질 위험이 더욱 큰 것이다.
그러면 본래대로 『만들어져 가는 수학』을 교육할 수 있는 수학학습의 모형은 어떤 것일까. 먼저 학생들이 대하게 되는 구체적인 문제를 그대로 취급할 수는 없다. 그 문제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먼저 따진 후 사상과 추상을 하게된다.
그리고 추상을 거쳐 단순하게 된 그 문제를 여러가지로 실험해 가면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그 다음 해법을 이혼화해서 새로운 문제들에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훈련이 수학 교육에 있어서 기호의 암기보다 훨씬 근본적이라는 것을 교사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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