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개헌 원외투쟁|신민 당직자들의 등원 논쟁 4시간 반의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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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은 25일 저녁 외교구에서 밤10시 넘어 까지 4시간 반 동안 개헌 투쟁방법을 싸고 강·수 양론이 격론을 벌였다. 이택돈 대변인을 제외한 12명의 발언자중 김영삼 총재와 김옥선 의원을 제외한 10명이 원내를 발판으로 한 투쟁을 주장했다.
다음은 당직자들의 발언요지.
▲김영삼 총재=당 운영문제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해 주기 바란다.
▲김수한=여당과 만난 결과를 우선 보고해 주면 좋겠다. 그 결과를 토대로 토론하자.
▲김형일 총무=여당 측과의 접촉결과로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 박준규 공화당 정책위의장은 여당이 오는 12월5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데 「데모」하는 사람에게 5년 징역을 받도록 하는 것 등이 골자로 들어 있다고 했다.
▲김수한=협상하고 들어가면 말이 많다. 그러니 예산심의는 계속 거부하고 그후에 정치 입법투쟁을 하러 국회에 들어가자. 앞으로 원외 투쟁을 하다 보면 희생자가 날 것이다. 이 희생자를 옹호, 구출하고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원내에 발판을 두어야 한다.
▲이중재=그 의견에는 반대다. 협상을 통해 개헌특위를 만들어 개헌가지고 싸워야 한다.
원내투쟁의 발판을 만들고 원외에서도 투쟁을 병행하자. 특위에서의 개헌투쟁과 원외의 개헌투쟁이 같이 벌어져야 강력한 투쟁이 된다. 이래야 당의 결속도 이뤄질 것이다. 특위 만들어 원내 투쟁한다던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었다. 개헌투쟁의 저력을 연마하고 축적하자. 싸움이란 때와 장소를 선택해 집중타를 가해야 하는 것이므로 현재는 개헌추진 분위기 고조가 필요하다.
▲김옥선=국회에 들어가면 이런 저런 이점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안 들어갈 때 우리의 이점과 상대방의 이점은 무엇인가. 특위를 구성해 놓고 활동은 않고 외유나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중재=지금 우리가 묻고 대답하는 식으로 해서 되겠는가. 서로의 생각을 모아 보자는 것 아닌가,
▲김옥선=내가 강경파란 선입관을 갖지 말고 대답해 달라. 나는 잘 판단이 안 서기 때문에 묻는 것이다.
최상의 대안이 나온다면 나도 당직을 걸고 총재에게 직언 하겠다. 그러면 총재도 뜻을 굽히게 될 것이다. 개헌특위를 구성하면 10명의 위원 중 야당은 3명뿐일 터인데 합의소집이 제대로 되겠는가.
▲이중재=합의소집 문제는 분명히 못박고 등원해야 할 것이다.
▲이충환=이중재 의원의 주장에 찬동한다. 국회의원은 마땅히 먼저 의회투쟁에 전력을 다 해보고 안될 때 의회를 떠나야 한다. 개헌을 위한 의회투쟁을 충분히 못한 때에 원외 일변도로 투쟁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정운근=원내에서는 밖의 사정을 그렇게 모르는가. 나는 원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모두들 「개헌」을 말하면 김 총재를 생각하게끔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원내 발판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절대 아니다.
▲박영록=의원과 총재간에 견해차가 있다면 이는 조정되어야 한다. 김 총재는 일파의 장이 아니라 이 당의 총수다.
당내에 양론이 있을 때는 이를 조화시켜 예술품을 만들어 달라. 좋든 나쁘든 크고 작은 모든 문제에 의사소통을 자주 해야 단결된다. 어느 쪽으로 가던 당의 단결만 된다면 해로울 것이 없다. 나로서는 개헌 위한 투쟁방안으로는 원 내외 투쟁 출행이 옳다. 비단 특위안 정도로 개헌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보다 광범한 차원에서 문제를 봐야 옳다.
▲유치송=특위를 구성해서 개헌을 토론하는 광장을 국회에도 두는 것이 개헌추진에도 유익하고 당론 통일에도 도움이 된다. 내년이면 어떤 변화가 있을 듯 하니 그때까지 지속성 있게 투쟁을 끌고 가야겠다.
▲이민우=김 총재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인 것은 듣고 안다. 그러나 당수가 아무리 원외 투쟁만을 강조해도 중론이 그렇지 않으면 중론을 따르는 게 민주주의다.
지금 신민당에선 원내에 들어가자는 주장을 패배주의로 백안시하는 풍조가 있다. 초 강경을 주장한다 해서 선명은 아니다. 원외투쟁을 계속하면 희생자가 나는데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용병도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 의원총회의 결의대로 원내 총무에게 재량권을 주어 협상을 해야 한다. 당론 재조정이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해야 할 것이다.
▲고흥문=나는 이곳에 올 때까지도 계속 당수를 설득했으나 개헌투쟁에 있어 총재와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내 의견으로는 개헌특위에 관한 지난번 최종 협상안을 근거로 원내에 들어가야겠다. 특위를 만들어 원내에 발판을 두고 단계적이며 끈질긴 투쟁을 벌여야겠다.
12월18일이 지나면 국회 휴면 기간동안 특위를 발판으로 싸워야 한다. 특위를 만들지 않고 원외로 나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 우리 안대로 개헌특위를 만든다 해서 개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개헌을 하려면 우선 국회에 특위를 만들어 계속 여론을 일으키고, 개헌 「무드」를 고조해야 한다.
▲이철승=개헌을 추진하는 우리 야당은 가속적으로 분주해 진다. 개헌하기 위해 의회를 떠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개헌투쟁은 원내를 교두보로 하여 대여공세를 펼 때 효율적으로 수행된다. 개헌이 학생·종교인의 희생 위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며 국회를 통해 이룩되어야 한다. 이번에 국회에 못 들어가면 내년 국회란 기대할 수 없다. 만사는 단칼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 앞으로의 큰 싸움을 위해서도 지금은 단계적으로 투쟁해야 옳다.
▲김 총재=여당 측이 온갖 조건을 내걸고 야당더러 국회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결국 여당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겠느냐. 개헌 특위 안에 대해서도 거듭 협상 선을 제시해 온 것도 신민당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국회에 들어가고 안 들어가는 것 중 어느 쪽이 이 정권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인가는 자명하다고 본다.
나는 의회 본위로 해 온 사람이다. 그러나 의회 본위가 안될 때 국민 본위로 한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하루 이틀 더 기다려 달라. 오늘은 이 정도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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