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여성의 항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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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바쁜 일손을 멈추고 잠시 상경할 일이 있어 며칠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나는 우리 한국여성과 「이스라엘」여성들을 비교하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이스라엘」여성들은 남자들 못지 않게 무거운 총을 들고 국토를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데 우리나라 여성들은 사치와 유행을 찾기에 바쁘다는 한결같은 말이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당신은 우리 농촌여성들의 생활상태를 알고 하는 소리요, 모르고 하는 소리요』하고 즉석에서 따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외국여성들의 생활 상태를 자세히는 모르는 나지만 우리나라 농촌여성들 만큼 검소하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여성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된다.
날새기가 바쁘게 아침식사를 하고 삼복더위 뜨거운 햇볕아래 단 한 포기의 농작물이라도 더 잘 가꾸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다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어 어둠을 재촉하고 그제서야 땀을 씻으며 깜박이는 호롱불 밑에서 허둥지둥 저녁을 지어 온 가족을 대접하고 식사를 마치기 바쁘게 또 내일의 일을 위하여 정신없이 단잠에 빠지는 우리 한국의 농촌 여성들.
값싼 「크림」 한 병 사놓고 그나마도 바를 새가 없어 그대로 두다보면 변질되기 일쑤요 손톱의 매력 따윈 아예 생각도 할 수 없이 날마다 호미 끝에 닳아 없어지고 마는 게 우리 한국의 농촌여성들이다.
물론 도시의 아가씨들 중에는 멋과 유행에만 열중하는 젊은 여성들도 눈에 뛴다.
그러나 우리 한국은 농업국가인만큼 한국여성을 한마디로 평하고 싶은 자는 농촌여성들의 생활상을 보고 말해야 할 것이다. <봉애숙(충남 홍성군 느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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