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찬 연습…주연급 눈부신 발전|오페라『피가로의 결혼』이유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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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1월1일부터 가진『피가로의 결혼』은 지난해 9월에 공연했던 작품이긴 하지만 주역 몇 사람의 대체로 짜여져 어두운 감이 도는 비극보다 오히려 따분한 일상생활의 고를 잊고 웃어버리는「오페라」가 좀 더 뜻 있는 것이라 생각될 때 연거푸 상연되었다는 불평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먼저「리사이틀」의 독창자인 이주연의 백작 부인 역은 역 자체가 화려한 것이 못되는 관계로 특출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오페라」보다는「리사이틀리스트」의 경지를 닦은 그로서는 그 길에서 예술적 생명이 더욱 찬연할 것 갈다. 「스잔나」역의 국영순은 재치 있고 힘 안 들이는 좋은 발성에 매력적인 소리로 꾸려나가는 품은 벌써 높이 평가된바 대로 이번 공연에서도 좋은 연창을 보였다. 신인으로 백작 역을 맡은「바리톤」김준일은 한국「오페라」의 큰 역군이 될 것을 확신하면서 그의 부드럽고 좋은 음악성과 연기를 높이 사고싶다.
「피가로」가 주역 중 주역이라는 점에서 진용섭의 좋은 연기와 가사의 똑똑함을 평할 나위 없이 상품이지만 굳어진 그의 독특한 발성엔 다소 연구할 점이 있다.「케르비노」역의 김미혜리는 예상을 뒤엎은 좋은 연창이었다. 발성과 연기가 모두 좋았으나 이따금 가사의 불투명이 옥의 티랄까.
「바르톨로」역의 박영화도 좋은 목청과 큰 역은 아니었지만 좋은 연기로 장래를 기대케 한다. 대체로 이번 공연도 줄기찬 연습으로 훈련된 공이 보였고 특히 홍연택 지휘의 국립「오케스트라」의 반주가 음량의 조절을 제대로 해내는 발전상을 보였다.

<음악평론가·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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