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보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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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중간선거는 예상대로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상원의원의 3분의1, 하원의원의 전부, 그리고 50개 주중의 35개 주지사를 새로 뽑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 새 의석 34석 중의 25석, 하원의 3분의2, 그리고 개선 35개 주지사 중의 27석을 차지한 것이다.
2년에 한번씩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는 언제나 야당 쪽에 유리하다는「징크스」가 있다. 그리고 그「징크스」는 이번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는 새로운 기적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우선 50개 주 가운데서 가장 인구가 많고 정치적 영향력도 많은 곳이「뉴요크」주와「캘리포니아」주다. 그리고 이곳들은 모두 공화당의 아성으로 여겨져 왔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두 곳이 모두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이다. 특히 새로「캘리포니아」주지사로 뽑힌「에드먼드·브라운」은 역대주지사 중에서 최 연소자인 36세다.
새로「코네티커트」주지사에 선출된「엘러·그래소」여사는 또 미국사상 네 번째의 여성지사다. 특히 그녀는 남편의 정치적 발판 없이 당선된 여성으로는 처음이라는 것도 놀랍다.
두 명의 흑인이 흑인으로서는 가장 높은 부지사 자리에 한꺼번에 오른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뭣 보다도 두드러지게 이번 선거의 특징이 되는 것은 40%라는 유례없을 만큼 저조한 투표율이다. 그것은「워터게이트」사건이 유발한 철저한 정치불신과 기성 정치인에의 반감을 반영한 것이라 봐야 옳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저조한 투표율을「네거티브·보팅」(Negative voting)이라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극적인 투표성향을 뜻한다.
이번에 민주당이 압승했다지만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꼭 지지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워터게이트」의 망령에 시달린 미국 민이「전제적 대통령」보다「전제적 의회」쪽을 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닉슨」탄핵에 반대했던 공화당법사위원들이 전멸한 것도 이를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포드」는 손발 묶인 대통령이나 다름없게 된다. 대통령의 가장 큰 무기인 거부권이 통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가 76년에 재선될 가능성도 몹시 희박해졌다. 선거의 홍역을 치르지 않고 대통령자리에 오른 그에게 있어서는 이번 중간선거는 신임투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지원유세에 나섰던 21개 주의 공화당 입후보자들이 거의 모두 낙선하고 말았다. 더욱이 그가 남은 임기동안에「인플레」의 위기를 이겨낼 능력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미 의회는 민주당의 의원총회와도 같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전제적 의회」가 될 염려는 사실은 없다. 민주당 안의 보수파는 공화당의 진보 파보다도 더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 및 대 월남정책에 적지 않은 수정이 있을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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