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과서 왜곡, 일본 정부가 주도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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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독도는 일본 땅' 등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교과서 왜곡 작업이 일본 문부과학성의 주도 아래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사태다. 지금까지의 단순한 우익 주도 역사 왜곡이나 일부 시대착오적 정치인의 망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문제를 진정시켜야 할 일본 정부가 오히려 역사 왜곡과 편향성을 조장하고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교과서의 내용 기술은 저자와 편집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어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후소샤 판은 물론 다른 출판사들도 독도 관련 기술을 개악하도록 문부과학성이 직접 지시하거나 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일본 정부는 '정부 견해에 맞지 않으니 수정하라'는 입장만을 개진했다고 해명했지만 일본 출판사들은 '문부성의 지시로 수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사태는 1세기 전 일본 정부가 군국주의화를 외치던 일부 우익의 망동을 방치하다 일본과 아시아를 전쟁의 참화로 끌고갔던 과거사를 연상케 한다. 일본은 도대체 왜 이러는가. 명백히 잘못된 과거 군국주의 시절의 만행을 미화함으로써 주변국의 감정을 자극하는 게 일본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과거 식민지 통치 때 강점했던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우기며 영토 분쟁화하려는 것은 또 무슨 속셈인가.

이런 식이라면 우리 정부와 국민도 이제는 냉정하면서도 더욱 더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일본의 부당성을 적극 고발하고, 독도를 생활 속의 영토로 삼는 캠페인 등 실질적이고도 효과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주도적 개입 여부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면밀한 대응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일본 정부의 말만 믿고 손 놓고 있다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면 반성해야 한다. 또 섣불리 강경 목소리만 앞세워 결과적으로 일본 우익 세력들의 입지만 넓혀준 것은 아닌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