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앞둔 수요 급증으로 전압 낮아져|도시 변두리에 「전기갈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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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겨울철을 앞두고 가정용 전기의 수요량이 급증하자 전압이 낮아지는 지역이 늘어 형광등을 제대로 켜지 못하고 TV화면이 줄어드는 등 전열 기구의 성능이 크게 떨어져 도시 변두리 가정에서는 새로운 「전기갈증」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전압이 낮은 각 가정에서는 전압을 높이기 위해 「트랜스」를 사용하고 있으나 시중에 불량품이 많은데다가 취급부주의로 인한 화재의 위험성마저 지니고 있다.
더욱이 「오일·쇼크」 및 연탄파동으로 올 겨울에는 전기장판, 「히터」 등의 사용이 크게 늘어 전열기구에 의한 자재가 올 겨울철 화재의 복병이 되고 있다.
전압이 낮은 곳은 대부분 대도시 변두리의 신흥주택지 및 개발지구로 서울의 경우 도봉, 동대문, 성동, 영등포, 서대문구 등이 가장 심한 편.
이들 지역은 하루 전기사용량이 가장 많은 하오 7시30분부터 9시 사이에 전압이 80「볼트」, 심한 경우는 75「볼트」까지 내려가 TV의 화면이 흔들리고 90「볼트」이상이라야 켜지는 형광등도 꺼진다.
서울도봉구상계1동1205 화창라사 주인 최정균씨(32)는 3·5평 짜리 점포에 20「와트」짜리 가정용 형광등 7개를 달았어도 저녁때는 작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흐려 「트랜스」를 달았다는 것. 이웃 이우인씨(25)도 형광등 5개 가운데 2개는 아주 깜박거리기만 할뿐 불이 켜지지 않아 백열구로 갈아 끼웠고 「모터」로 가동하는 자가수도마저 하오6시 이후에는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응암동335 주민 1백여 가구는 저전압을 해소해달라고 한전에 집단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저전압을 해소하기 위해 2㎾「트랜스」를 사용할 경우 가정용 배선 2%의 한계전류인 2·8㎾를 넘을 우려가 있어 항상 전기화재의 위험성을 지니며 전열기구의 성능도 3분의1가량 떨어져 자주 고장을 일으킨다고 한전 서울북부지점 수유출장소장 김병길씨(45)는 설명했다.
김씨는 특히 올 겨울에는 전열기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불량「트랜스」가 많이 나돌아 수요자들이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의 1일 최대발전용량은 2백60만㎾이고 1일 평균 생산량은 2백7만㎾. 「피크」를 이룰 12월 중순에는 작년보다 5만㎾가 는 2백80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가운데 3백30만가구가 쓰는 가정용 전력의 1일 소요량은 전체소요량의 13%인 27만㎾. 그러나 신흥주택지 등엔 고압선과 변압기 시설을 못해 저전압 현상이 어쩔 수 없이 일고 있다고 한전당국은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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