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가도|김연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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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월은 가도 비는 내린다.
내리는 비는 노래만 남기고
무성한 풀잎이 바다에 흐른다.
흘러간 것들은 흘러 흘러서
그대 생시의 살을 빗겨
다시 눈뜨는가, 눈이 부시다.
안개 짙은 화병에 꽃을 담고서
해가 떠도 해를 가려
오늘도 비가 내리는 것은,
천리 밖 달빛에 젖은 그대여
나부끼는가, 그대 불 속에 장미는 피고
뜨겁게 불타 올라
세월만 빈 팔로 걸어가는가.
비는 내린다. 세월은 가도가도,
무성한 풀잎이 바다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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