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밴 표정·극적 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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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리아·칼라스는 오랜 공백기간 때문인지 역 감이 미흡하고 고음에서 음정이 불안할 뿐만 아니라 소리도 윤기를 잃어가 세기의 칼라스도 이제는 늙었구나하는 아쉬움은 있었으나 왕년의 화려한 노래의 모습은 아니라도 몸에 밴 능숙한 표정과 극적 감정이 흐르는 창법으로 오페라 계의 여왕다운 옛 풍모를 느끼게 했다.
이에 반해 디·스테파노는 박력 있고 극적인 볼륨으로 아직도 노익장의 관록을 보여줬다. 그러나 2중창에서 억눌린 칼라스의 부조는 균형 진 조화를 이루지 못해 아쉬움을 갖게 했다.
감명 깊었던 것은 칼라스가 처음 오페라 계에 데뷔할 때의 레퍼터리인 폰키엘리의『라·조콘다』중에 나오는『자살의 노래』였으며 특히 마스카니의『카반텔리아·루스티카나』중의 2중창은 감동 어린 조화를 보여주었다.
김형주<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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